호르두발
chloe 2026/10/2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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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렐 차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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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서평단
온갖 고생 끝에 8년 만에 미국에서 돌아온 유라이 호르두발, 감동의 가족 상봉만을 꿈꿨는데!
어. . . 부인은 데면데면하고 아기였던 딸은 훌쩍 큰 열한 살.
게다가 그들에게는 나보다 더 가까운, 젊은 남자 일꾼-머슴-이 있네?
이 가족 행복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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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두발』은 이야기 줄기를 크게 총 3권으로 쪼갠다. 호르두발의 귀환, 살인 사건, 법정의 재판으로 이어지는 플롯은 독자를 가둬두고 결말로 내달리게 한다. 나를 기준으로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일인지 드러낸다. 이것이 철학소설인지 도파민 도는 아침드라마 대본집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주인공 호르두발은 가족과 만났지만 여전히 마음 붙일 곳 없이 고립되어 있다. 떨어져 지낸 시간만큼 정서적으로 유대감이 헐거워, 함께 있어도 소외감으로 떠밀려 날 뿐이다. 그저 혼잣말을 되뇌이며 달에게 묻고 말과 소에게 묻는다. 구름을 보면서 저녁의 행방을 물을 뿐이다.(p.82) 가장 친밀해야 할 존재, 가족의 마음에 가닿는 길은 멀기만 하다.
이제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고, 실상은 분명 존재한다. 헤아리는 것은 각자 몫. 그런데 저마다 쥔 마음 조각을 맞추기만 하면 진실을 온전히 이해해 낼 수 있다는 건 섣부른 착각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진실은 더 깊고 무거우며 현실은 더 다면적이고 복잡”(p.233)하기 때문이다.
호르두발이 말하는 아내 폴라나와 지인들이 말하는 폴라나는, 다르다. 부부간의 신의를 지키는 이와 배덕한 이, 같은 사람을 두고 모순된다. 어떤 일도 인간도 오직 하나의 의미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삶은 불명확하고 불확실한 혼란이고, 도처에 모순이 웃자란다.
2, 3권은 본격적으로 추리력이 발동하는 전개가 이어진다.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선명하게 보이던 판은 무너지고, 견고한 논리에 틈이 생기고, 진실은 모호해진다. 증언들이 교차할수록 나조차도 확고하게 믿었던 진실과 등장인물에 대한 판단이 흔들렸다.
이게 인간사라고, 나에게서 시작된 진실이 어떤 왜곡 없이 타인에게 도달한다는 것은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 역시 미상하다.
이 책은 차페크 철학소설 3부작 중 첫머리에 해당한다.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 진실에 관한 고찰이 호르두발의 삶과 얽혀 있다. 그가 겪은 불운한 일들은 실제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차페크는 실화 속 진범보다 더 비난받았던 ‘괘씸한 아내‘에 주목하며, 타자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걸 포착해낸다. 실재하는 이야기에서 건너온 목소리인 까닭, 우리를 힘있게 사로잡는다.
“그런데 호르두발, 저 언덕에서부터 마음속에 품고 내려온 평화가 있었지? 널 아래로 잡아당기는 그 무게는 뭐야? 거기서 뭔가 너무 많이 가져왔지. 그건 바로 슬픔이야.”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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