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해부학
chloe 2026/10/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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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해부학
- 가브리엘 웨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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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 - 2026-09-23
: 2,980
#도서협찬 #오퀘스트라4기
“때때로 진실은 우리가 마음으로 파악하기 훨씬 전에 몸에서 느껴지기도 한다.”(p.129)
영문학을 전공한 뒤 다시 의학도의 길을 선택한 이력답게, 이 책은 감성에 적신 활자를 이성에 의거해 문장으로 조립해 낸다.
저자는 외과의사로 해부학에 애정을 갖고 있다. 그런 그녀가 들여다본 인간의 몸, 생로병사의 순환과 개인의 인생사가 빼곡하게 들어 있다.
책은 부검실에서 목도한 죽음에서 시작해 뼈, 성기, 창자, 자궁, 허파, 피부, 가슴, 콩팥, 뇌, 간, 심장을 거쳐 다시 수술실에 선 외과의로서의 삶에 도달한다.
자신의 심장은 승모판 역류 문제를, 어린 아들은 갑작스러운 뇌 수술을 겪어야 했던 병력을 밝히면서 “가끔은 질병 덕분에 사물의 이치를 깨닫”(p.294)거나 “아플 때야말로 우리가 가장 나다워지는 시간이자, 나 자신으로부터 가장 멀어지는 시간이”(p.360)라고 담담히 읊조린다.
특히 이 책의 강점은 지식을 열거하는 의학서와 자신의 경험과 삶의 단상, 사유를 엮은 에세이 그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매년 10퍼센트가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는 뼈(p.45), 뇌와 장, 장내 세균이 밀접하게 이루는 삼각회로(p.121), 열두 번의 연속 부분 절제술을 받더라도 다시 자라나는 간(p.322)의 이야기들은 나를 이루는 이 장기들에 관해 아는 게 너무 없다는 걸 깨닫게 한다.
저자는 부검실과 수술실, 혹은 환자들과의 접촉 등 가장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순간에도 “헌신하더라도 그것을 개인의 이야기로 만들지 않으면 그 안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없”(p.163)다고 말한다.
그녀가 수술대 위에 누웠을 때의 감각을 묘사하는 장면은 시적이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말소리는 철저히 닫힌 내 몸이라는 세계를 밝히는 등대같고, 나는 살아 있다는 날카로운 감각을 느낀다.”(p.151)
메스가 살갗을 가르는 순간을 두고 끝내 “바깥에서 안으로, 현실을 향해 나아간다”(p.155)고, 피부 아래 생동하고 있는 몸을, 스스로를 감각해가는 과정을 몇 번이고 설명해준다.
시의 한 구절을 떠올리거나 철학적 사유와 미학적 전율로 고양되는 때와 장기의 결함을 따지고 수술을 참관하고 병명을 헤아리는 때가 다르지 않다고. 인생이라는 비물질적인 분야와 몸이라는 물질적인 분야 역시 떼어놓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몸에서 시작해 존재를 감각하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헤아려보게 하는 책. 갖가지 불확실한 것들 사이에서 익숙한 내 몸, 그것의 경이를 실감해본다. 삶의 과정, 죽음에 닿기까지의 여정이 모두 이 안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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