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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oe님의 서재
  • 얼지 마, 죽지 마, 사랑하게 될 거야
  • 권혜영
  • 16,200원 (10%900)
  • 2026-06-22
  • : 5,210
#도서협찬 #서평단
온갖 분야 덕질에 능수능란한 작가가 완성한 현실과 환상의 협주곡.

갖가지 육체적 사랑이 난무하는 세계와 어떤 사랑에도 감흥 없는 세계를 서로 맞대면서,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을 우리 앞에 끌어다 둔다.

회빙환 소재의 웹소설이 익숙한 이에게도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모두 새로운 장을 열어 보인다. 흥미로운 소재의 클리셰를 비틀어 흔히 기대하던 서사 전개 방법을 전복시킨다. 빙의한 웹툰 속과 웹툰 밖 현실을 교차하며 한데 엮어보인다.

작가는 거침없고 독자는 짜릿하다.

심야근무를 하다 과로사 한 30대 여성 주인공은 눈 떠보니 19금 성인 웹툰 속 등장인물 ‘이누리’가 되어있다. 애석하게도 이 세계의 남자 주인공은 여러 여성을 거느린 문어발이고, 지금껏 그런 사람(이라 쓰고 놈)의 호구를 자처해왔다.

이 양산형 성인 웹툰을 그린 작가 ‘한소연’은 또 한 명의 주인공이다. 첫 작품 데뷔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여기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심신이 모두 지쳐 한 컷도 그릴 수 없다. “얼어붙은”(p.214) 상태다.

이누리와 한소연은 웹툰과 현실이라는 각자의 세계에서 고군분투한다. 저마다의 사정을 딛고 일어서 보려한다. 죽어서도 이 지경인 현실을 규탄하거나, 잊고 지내던 과거의 열정을 더듬으며 현실 속 돌파구를 찾으려 애쓴다.

결국 종착지는 ‘사랑’이다.

덕질 관련한 순도 높은 애정부터 ‘자신을 위로’하는 법에 관해 무람없이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친구와 협력하고 우정을 나눈다. 무심하게 제삼자의 눈으로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파악하고 돌파하는 용기도 삶을 향한 애착, 곧 사랑이다.

각자의 삶에서 사랑을 회복하는 지점, 어떻게든 살아내겠다는 의지의 발로가 곧 나를 향한 사랑이고 순애임을 두 주인공을 통해 직시하게 된다.

일단 빠져들면 출입구를 쉽게 찾을 수 없는 아주 매력적인 소설.

흥미롭고 솔직하다. 밖에서 읽다가 뒤를 흘끔대는 순간들이 있지만, 뭐 어떤가. 어느 때든 간에 “왔어?”라고 말하며 환대해 줄 세계는 분명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이 책을 열면 그 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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