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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oe님의 서재
  • 크리스티안 볼란텐
  • 채기성
  • 15,120원 (10%840)
  • 2026-04-01
  • : 70
#도서협찬
빠르게 진행되는 서사 전개가 흥미로워서 앉은 자리에서 금방 결말로 내달리게 된다. 죽음의 진실과 망자의 진의를 양갈래로 뒤쫓아가는 주인공의 궤적이 긴장감 있게 이어진다.

사랑하는 이가 남겨둔 마지막 흔적을 따라가본다. 잘 알고 있다고 여겼던 사람이 실은 내가 아는 것과는 다르다는 게 눈 끝에 걸릴 때마다 자꾸만 되묻게 된다. 그러나 죽은 자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산 자는 그저 어긋난 지점과 조각을 맞추어 볼 뿐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자란 해외 입양인. 크리스티안과 레아는 경계에 서 있다는 점이 닮았고, 동류의 아픔을 겪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마음 열기 쉬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남편 크리스티안과 레아는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다. 한국에서 나서 해외로 입양되었다는 시작점은 같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기 때문이다. ‘뿌리’를 향한 열망으로 갈급하는 크리스티안과 이미 내몰렸기에 한국과는 선을 긋고 살았던 레아. 그리고 이제 삶과 죽음으로, 딛고 선 바닥도 갈라졌다.

레아는 한국에서 직장을 잡은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의문을 가진다. 그에 관해 남겨진 사실들이 무엇 하나 자연스럽지 않은 가운데, 직접 그의 회사에 입사해서 흔적을 뒤쫓기로 결정한다.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레아를 둘러싼 주변인물들 하나 하나가 의심스럽고, 예기치 않은 죽음과 협박의 수위는 높아진다. 그 사이에 손 내미는 사람도 있고, 호의와 연대로 손 잡는 사람도 있고, 위선의 가면을 쓰고 벗는 사람도 있다.

온갖 군상 속에서 사랑, 외로움, 소외감, 권력욕이 죽음에 닿아 있을 때에 이르서도 정체성의 의미를 묻기를 멈추지 못한다.

“내 자리는 어디에도 없”(p.41)다고 숱하게 말하던 크리스티안의 심상을 완전하게 이해하기에, 한국에서 나고 자라고 모국어로 이야기하고 사고하는 나는 너무 멀리 있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규명하고 싶은 열망은 보편적이기에 또 공감이 간다.

단순히 죽음의 실상과 범인 찾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생각할 거리를 더 안겨주는 미스터리 스릴러 물.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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