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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oe님의 서재
  • 얼굴 만들기
  • 린지 피츠해리스
  • 22,500원 (10%1,250)
  • 2026-01-15
  • : 1,120
#도서협찬 #서평단

치유의 과학은 파괴의 과학 앞에서 어찌할 줄 몰랐다.(p.18)

자연이나 사람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새로운 출발을 제공함으로써 삶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언제나 그의 유일한 목표였다.(p.326)



1차 세계 대전의 양상과 성형 수술의 발전사를 함께 되짚어 볼 수 있는 책. 논픽션이어서 생존자들의 일기와 사진, 당시 기사 등 자료가 생생함을 더한다.

미용 목적의 성형 수술에 익숙한 현시대와는 사뭇 다른 초기 성형 수술의 역사에 관해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새로운 관점으로 성형 수술의 의미와 얼굴 재건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외과의 해럴드 길리스가 얼굴 부상병들에게 보여주는 신의와 위로가 감동 서사를 완성한다.



전쟁은 세상 무엇에게나 참혹한 흔적을 남긴다. 삶의 터전은 물론이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몸과 마음에도 그것이 긁고 간 상흔이 선명했다.

골프를 치며 유유자적하고, 발레리나의 엉덩이에 박힌 가위를 빼낸 것이 일생일대의 자랑거리던(p.45)외과의 해럴드 길리스도 이 전쟁의 복판에 서 있었다. 그가 적십자사를 통해 프랑스로 파견되었던 1915년은 서부 전선이 들끓고 있었다. 시신과 부상병들의 상황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고, 열악한 환경과 초기 단계에 머문 성형 수술로 인해서 얼굴 부상병들의 예후는 특히 더 심각했다.

얼굴은 정체성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심지어 “얼굴 손상이 <죽음보다 더 나쁜 운명>을 가져올 것이라는 그 잘못된 믿음”(p.25)이 널리 퍼져있던 시절이었다.

길리스는 의학계는 물론이고 예술계의 협업을 통해서 성형 수술이 외과의 한 분야로 자리잡게끔 애쓴다. “협업의 시대”를 열고 “치의학과 성형외과 의료진이 한 팀이 되어 힘을 모았다.”(p.75) 수술과정이 체계적인 기록이 되게끔 세밀한 초상화를 그리게 했고, 의학적 지식과 예술적 창의성, 미학적 관점을 더해서 부상병들의 얼굴과 자존감을 함께 재건하려 애썼다.

부상병들의 부상 정도와 사연, 삶의 방향도 각양각색이다. 약혼자에게 버림받은 자, 스스로 파혼하고 은둔한 자, 재건 수술 후 길리스의 개인비서가 된 자, 얼굴이 거의 다 날아간 채 엎드려 있다 기사회생으로 구조된 자. 이 부상병들이 우정과 삶의 의지를 다질 수 있는 터를 만들기 위해서 의술과 상관없는 신부는 마취의를 대신했고, 갓 학업을 마친 풋내기 간호사, 부상자를 싣고 온 구급차 운전자도 피웅덩이를 쓸고 잘린 팔이나 다리를 들어야 했다.(p.81) 길리스는 이 아무것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영역에 뛰어들어서 놀랄만한 성과를 주도해낸다. 그 이면에 아픔도 있었다. 수술이 매번 성공적일 수는 없었고, 기법들을 표준화하기까지 검증이 필요했다.

그 시간들을 거쳐서 마침내 길리스는 “전쟁이 끝나기 직전에 다친 젊은 병사”에게 “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고, 앞서 수술받은 친구들 못지않게 멋진 얼굴을 갖게 될 거”(p.302)라 자신한다.

냉혹한 현장에서 끝까지 인간의 존엄과 삶을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이 활자로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 또 전쟁의 야만과 참상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선의가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인간이 인간을 구원하고 서로 연대해 공포를 딛고 성형 수술과 얼굴 재건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보이는 역사를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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