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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oe님의 서재
  • 친밀한 가해자
  • 손현주
  • 12,600원 (10%700)
  • 2026-01-26
  • : 5,580
#도서협찬 #출판사도서제공

“한 세계를 깨뜨린다는 게 뭘까?”
“…… 알을 부수고 나와야 진짜 세상을 만난다는 말 아닐까?”
“그럼 알은 결국 스스로를 가뒀던 곳이네.”(p.103)



여기, 마음 잘 맞는 친구이자 모범생, 사랑스러운 손자이자 아들이 있다. 모든 걸 가진 그는 언제나 여유롭고, 곁에서 바라보는 이들은 남몰래 그의 유복함을 선망한다. 이 친밀한 사이의 존재가 (고의는 아니었을지언정) 악행을 저지르고 고해를 망설인다. 그럴 때, 곁에서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친밀한 가해자』는 열여섯 평범한 청소년들의 일상으로 시작한다. 친구들과 시시덕거리는 하굣길, 할머니의 안부 문자. 주인공 ‘준형’에게 부유한 할머니가 쏟아붓는 사랑과 금전적 보상은 행운이자 속박이다. 이렇듯 모든 일들이 지닌 양면성을 짚어가면서 그를 둘러싼 배경을 하나씩 펼쳐보인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동생, 엄마는 모든 일에서 동생을 우선한다. 그런 까닭에 준형은 늘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는 입장에 서야했다. 관계의 균열은 걷잡을 수 없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공허하다.

불안감에 허덕이는 심리를 그려내면서 흔들리는 일상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사실 완전한 악의에서 비롯되지 않은 사건이지만 미래를 저당 잡히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그는 잘못으로부터 달아나고 싶고, 도리어 “너 증거 있어?“(p.153)라 힐난하다 무너져 내린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완전한 선인도 악인도 아니다. 그래서 더욱 허구 아닌 현실감이 느껴진다. 죄책감으로 뒤흔들리는 일상을 보여주면서도 섣불리 교훈적 우화처럼 흘러가지는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선택과 상황들을 집요하게 뒤쫓으면서, 독자 역시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p.139)은지 계속해서 되묻게 만든다.

선과 악, 고백과 은닉을 끊임없이 저울질하면서 등장인물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또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알을 깨뜨리고 나오는 건 스스로의 용기와 결단이다. 곁에 있는 사람도 방관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것이 파국으로 치달아 갈 때, “그냥 진실을 말하기만 하면”(p.187)된다는 정직한 목소리가 술렁대는 그를 다독인다.

인물들의 심리와 주변상황을 섬세하게 묘사해, 마지막까지 쉼 없이 내달리게 하는 책이다.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대답을 강요하기보다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끔 현실감 있는 세계를 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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