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지키는 사람
chloe 2025/10/0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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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을 지키는 사람
- 류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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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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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세계의 동쪽 끝, 이스턴섬에는 혼자서 불을 지키는 노인이 산다. 그는 불치병을 살릴 수도 있는 자이기에 방문객 샤사가 도움을 간구하며 내뱉는 각오를 가만히 들어주었다.
노인이 “그게 사랑이냐?” 라고 물었고, 그와 샤사는 함께 빛 잃은 별을 찾아 나섰다. 모험의 끝에서 노인은 다시 “넌 사랑이 뭔지 알기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그의 말 속에 다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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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그림체와 글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세계관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언뜻 보면 간결한 서사 구조를 가진 sf 판타지 동화다. 하지만 철학적 사유에 닿게끔 우리를 끌어당긴다. 땅에 사는 모든 존재가 하늘의 자기 별을 지녔고, 이 별의 빛이 그 존재의 생노병사에 관여한다는 설정은 모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주인공 샤사 역시 이 설정에 따라 연인을 구하기 위해 모험과 ‘희생’을 불사하며 고군분투한다. 밤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바치겠다는 상투적인 고백은 샤사 앞에서 무색하다.
불지기 노인과 샤사가 별을 고치기 위해서는 고래의 ’희생‘도 요구된다. 고래가 죽는 광경은 잔혹함과 숭고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바다 속에서 한없이 자유롭던 고래의 육신은, 뭍에서 오히려 족쇄가 된다. 고래의 생명이 죽음으로 뒤바뀔 때, 그의 뼈와 기름은 별을 고치는 도구이자 태양을 밝히는 연료가 된다.
이렇듯 노인, 샤사, 고래는 제각기 자신을 희생하면서 한 사람을, 계절을, 밤과 새벽을, 세상을 지켜낸다.
몽환적인 그림과 설정으로 서사를 채워가면서 희생과 사랑에 관해 노래하는 동화다. 쉽게 읽히고 금세 빠져들기에 ‘이스턴섬’에 오래 머물게 된다. 달 기울고 해 뜰 녘이면 샤사의 이름과 그의 신념과 사랑에 관해 마음을 쏟을 것만 같다. 별 반짝이는 밤이면 이제 우리는 저마다 사랑하는 이의 이름과 연결된 별을 찾아 하늘 어귀를 더듬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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