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chloe님의 서재
  •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 클레어 풀리
  • 16,830원 (10%930)
  • 2025-05-12
  • : 5,885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 클레어 풀리는 영국 시인 딜런 토마스가 죽음을 앞두고 남긴 시의 구절을 서문 앞에 끌어다 두었다.

- 날이 저물 무렵에 노년은 불타고 날뛰어야 한다

그리고 독자인 나는 소설 갈피마다 ‘불타고 날뛰는 노년’에게 박수 갈채를 보냈다.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의 골자는 저마다의 이유로, 약점과 결점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서로의 삶에 유기적으로 얽혀든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해학적으로 풀며 고정관념을 향해 한 방 먹이기를 서슴지 않는다.

70대 노인으로 한데 묶이기에 달라도 너무 다른, 이들은 사교클럽이라는 이름으로 탐탁지 않은 동료애를 요구받는다. 그러나 지역 의회에서 정리 대상이 되는 만델 복지관(사교클럽과 유아원 등이 있는 곳)을 사수하기 위한 대의가 그들을 결속시키면서 이 동료애, 나아가 인간애는 자연스레 싹튼다. 각자 생에 서로 스며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기꺼이 연대한다. 그리고 이 연대과정은, 불유쾌한 일들을 유쾌하게 해결하는 노년들의 세상을 향한 일격이다.

사교클럽 면면은 배우자의 불륜, 인터넷 만남, 미혼부, 도벽과 같이 도파민 도는 일들 투성이다. 그 속에는 자존감 결여, 사회적 고립으로부터 벗어나려 고군분투하는 모습, 방황하는 사춘기, 미래의 불확실성 앞에 내비치는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심정 등이 촘촘하게 들어차 있다. 등장인물 대프니의 말을 빌리자면 ‘그다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덜 싫어하게 되는‘ 일들, 인간군상의 집약체. 이들의 헐거운 인간관계는 마침내 서로가 각자의 비상연락처 되기에 이르면서 독자를 매료시킨다.

특히 나이 들어감에 따라 몰개성과 획일성으로 매어두는 고정관념을 가볍게 비트는 것이 상쾌하다. 작중 등장하는 사교클럽 회원 폴린의 개는 매기 대처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부르는 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엠이고 마거릿이기도 하다. 혈통을 알수 없지만 때에 따라 비숑 프리제가 되거나 잭 러셀 테리어 혹은 토이푸들이 되기도 한다. 별것 아닌 것처럼 툭 던져둔 문장 속에서 이를 하나씩 건져 낼 때마다 개개인 각자의 개성을 강조하고자 함을 느꼈다.

이 <사교클럽>은 노년의 삶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면서 강렬한 통쾌감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한방씩 먹이는 입담이 수준급이다. 가볍게 읽히지만 먹먹함이 남는다. 재미와 생각할 거리 모두를 잡았다. 우리는 누구라도 예외없이 매일 나이 들어가고 있으므로 ‘실버힙’은 모두의 추구미가 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서평단 활동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웬만해선죽을수없는최고령사교클럽 #웬죽최사 #소설추천 #실버힙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