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시리즈’ 여든 번째 책.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기울어진 미술관』 등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며 미술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이유리 작가의 신작 에세이로, 오랜 시간 미술관을 오가며 보고 느낀 마음들을 솔직한 언어로 풀어냈다.
그의 전작들이 주로 화가와 작품을 둘러싼 권력 구조 및 불평등에 관한 문제의식을 짚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아무튼, 미술관』은 보다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삶에서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선사한 잊지 못할 순간들을 복기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어떻게 위로받고 성장했는지를 내밀하면서도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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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주 그림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시야가 트인다. 대부분의 미술관에서는 비슷한 시대의 작품을 모아서 전시한다. 작가는 달라도 주제나 소재가 비슷해 어느 순간 공통의 패턴이 눈에 들어오고, 그림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자연스레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나는 스틸 라이프(Still Life)라는 단어가 ‘정물화’를 뜻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런데 16~17세기 네덜란드·플랑드르 전시관에 가니 해골과 꽃, 촛대가 나오는 작품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게 아닌가. 그림 속 촛불은 꺼지고, 꽃은 시들고, 과일은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누구도 내게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비슷한 작품을 줄곧 보다 보니 자연스레 그림들이 내뿜는 허무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나중에야 그것들이 라틴어로 공허, 가치 없음을 뜻하는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라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무리 많은 부와 명예를 갖고 있더라도,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진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네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교훈을 주는 그림 장르가 바로 스틸 라이프, 정물화였다. p19~20
불편하고도 진실한 예술은 그런 것이다. 비겁한 나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와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편견의 머리채를 잡고 뿌리까지 사정없이 뜯어내는, 바로 그런 존재. 미술관은 그래서 때때로 성찰의 장소가 된다. 예술작품을 보러 들어갔지만, 끝내 나 자신과 맞닥뜨리고 나오는 곳. p38~39
나 역시 '지식이라는 갑옷'을 두른 채, 그림을 건조하게 관념적으로만 접한 건 아니었을가. 이제야 깨닫는다. 미술관으로 가는 시간은 작품을 매개로 밀려오는 내 감정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수락의 여정'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기다린다. 작품이 내 견고한 세계를 깨뜨려줄 순간을, 그리하여 내 차가운 심장을 덥혀 주기를. 온몸의 감각을 활짝 열어둔채, 나만의 '작은 노란 벽면"을 만날때가지. P64
이렇듯 현대미술은 훨씬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 취향, 목표 등이 작품 안에 고스란히 들어간다. 그래서 작가는 관람객이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기보다 작품을 직접 '경험' 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만일 작품의 제목이 없다면, 관람객의 체험방식을 제목이 미리 제한하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일 확률이 높다. 무언가가 우리를 뒤흔들 때, 굳이 그것이 무엇인지 딱 부러지게 알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언어와 개념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각적인 체험도 분명 존재한다. p102~103
어쩌면 누구나 자기만의 미술관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유년 시절의 꿈, 첫 실패의 기억, 사랑과 상실의 흔적까지 그 모든 삶의 파편이 차곡차곡 전시되어 있는 내면의 공간. 때론 먼지만 쌓인 채 오랫동안 닫혀 있던 그 방을 우리는 스스로 들여다보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어떤 계기만 생긴다면, 그 방은 다시 열릴 수 있다. p145~146
'잘 지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미술관에서 좋은 작품들을 만나며 내 눈과 생각을 훈련한다. 그 과정에서 자라난 근육으로 내 곁에 숨어 있던, 그래서 전에는 쉬이 놓치곤 했던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해본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던 머그잔 속 김 여름밤 모깃불 옆으로 퍼지는 촉촉한 공기, 귓가에 엷게 맴돌던 누군가의 콧노래... 오늘 내가 발견한 이 아름다움은 대리석 속에 잠들어 있던 천사처럼 내 삶 속 어딘가에서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내가 그 아름다움을 드러낼 차례다. 내 마음속 미술관에 뿌듯하게 전시할 그날을 위해 망치를 들고, 조심스럽게, 그러나 확신을 가지고. P161~162
미술관에는 이미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뒤표지까지 닫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건 대개 그들의 생애 말기에 그려진 소수의 작품만이 아니다.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채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던 순간에 작가가 남긴 수많은 흔적도 함께 전시된다. 나는 그 앞에 서서 어떤 미래가 닥칠지 모르는 채 붓을 쥐고 있는 순진무구한 눈빛의 그들을 상상해보곤 했다. p167
요즘들어 통 잠을 못 잔다.
분명 이런저런 일들로 생각이 많아진 탓일텐데
심란한 마음에 들락달락 하다보니 김씨도 신경이 쓰이는지
약처방을 받아보면 어떻겠냐고 넌지시 이야기를 건넨다.
어제는 입맛도 잃고 잠도 잃고 기운없는 마누라가 딱해보였는지 퇴근길
요즘 서브웨이 에픽하이 광고로 유명한 '리얼 랍스터' 샌드위치를 사왔더라.
맛은 쏘쏘, 가격은 후덜덜한?!... >.<
그래도 든든하게 먹고, 양심상 그냥 누울수는 없어 핑계김에 열공모드....
돌아서면 잊어버리는게 늘 함정이지만 '노인복지론' 문제를 풀다 잠들었다.
이렇게라도 조금은 나아진 기분으로 오늘도 별다방에 와 있다.
점심시간, 소란해진 틈을 타 잠시 교재를 내려놓고
읽은 책 한 권 포스팅을 하기로...
아무튼, 여름
아무튼, 기타
아무튼, 쇼핑
아무튼, 피아노
아무튼, 명언
아무튼, 식물
아무튼, 메모
아무튼, 할머니
아무튼, 반려병
아무튼, 예능
아무튼,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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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아무튼 시리즈를 꽤 많이 사랑해왔는데
이번에 여든번째 책으로 이유리작가의 '아무튼,미술'이 발간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아무튼 & 미술 이야기이니
안데려올 이유가 없었던...
이유리작가의 미술이야기는 미술 그 자체로도 좋지만
마치 심리학책 같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경우가 많았다.
비록 얇고 작은 책이지만 이번에도 미술관에서의 추억들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다.
뭉크의 그림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동,
루브르의 모나리자
오르세의 올랭피아...
지금 같아선, 얼른 기말고사가 끝나고
꼬맹이도 이사 잘 마치고
세밑엔 미술관을 다니며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싶다.
이전 좀 쉬었으니
다시 열공모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