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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son11님의 서재
  •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 15,120원 (10%840)
  • 2021-09-09
  • : 488,922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강 작가가 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전반부를 연재하면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고, 그뒤 일 년여에 걸쳐 후반부를 집필하고 또 전체를 공들여 다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본래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201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작별」(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을 잇는 ‘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구상되었으나 그 자체 완결된 작품의 형태로 엮이게 된바, 한강 작가의 문학적 궤적에서 <작별하지 않는다>가 지니는 각별한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이로써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눈’ 연작(2015, 2017) 등 근작들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고투와 존엄을 그려온 한강 문학이 다다른 눈부신 현재를 또렷한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지 않은 비극적 역사의 기억으로부터 길어올린, 그럼에도 인간을 끝내 인간이게 하는 간절하고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가 눈이 시리도록 선연한 이미지와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에 실려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그걸 쓰려면 생각해야 했다.

어디서부터 모든 게 부스러지기 시작했는지.

언제가 갈림길이었는지.

어느 틈과 마디가 임계점이었는지.

어떤 사람들은 떠날 때 자신이 가진 가장 예리한 칼을 꺼내든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가까웠기에 정확히 알고 있는 상대의 가장 연한 부분을 베기 위해.

반쯤 넘어진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아, 당신처럼.

살고 싶어서 너를 떠나는 거야.

사는 것같이 살고 싶어서. p17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아름다움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떨어질 때,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갑자기 뚜렷하게 구별된다. 어떤 사실들은 무섭도록 분명해진다. 이를테면 고통. p44~45

인내와 체념, 슬픔과 불완전한 화해, 강인함과 쓸쓸함은 때로 비슷해 보인다. 어떤 사람의 얼굴과 몸짓에서 그 감정들을 구별하는 건 어렵다고, 어쩌면 당사자도 그것들을 정확히 분리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105

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누넹도 무게가 있다. 이 물방울만큼. 새처럼 가볍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것들에게도 무게가 있다. 오른쪽 어깨 위, 스웨터 올 사이로 가칠가칠했던 아마의 두 발이 떠오른다. 내 왼손 집게손가락을 횃대 삼아 있던 아미의 가슴털은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이상하다. 살아 있는 것과 닿았던 감각은. 불에 데었던 것도,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닌데 살갗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전까지 내가 닿아보았던 어떤 생명체도 그들만큼 가볍지 않았다. p109

모르겠다. 이것이 죽음 직전에 일어나는 일인지.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이 결정이 된다. 아무것도 더이상 아프지 않다. 정교한 형상을 펼친 눈송이들 같은 수백 수천의 순간들이 동시에 반짝인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모든 고통과 기쁨, 사무치는 슬픔과 사랑이 서로에게 섞이지 않은 채 고스란히, 동시에 거대한 성운처럼 하나의 덩어리로 빛나고 있다. p137~138

무섭지 않았어. 아니,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행복했어. 고통인지 황홀인지 모를 이상한 격정 속에서 그 차가운 바람을, 바람의 몸을 입은 사람들을 가르며 걸었어. 수천개 투명한 바늘이 온몽에 꽂힌 것처럼, 그걸 타고 수혈처럼 생명이 흘러들어오는 걸 느끼면서, 심장이 쪼개질 것같이 격렬하고 기이한 기쁨속에서 생각했어. 너와 하기로 한 일을 이제 시작할 수 있겠다고. p318

데려온지 한참이 지난 책,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있다.

'채식주의자'가 내겐 너무 힘든 책이었던 탓인지

이번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서도 그때의 강렬했던 문장들과

피냄새가 나는 것 같아 몇번을 읽다가 덮었다.

마음이 힘든 책을 굳이 읽어야할까도 싶었지만

그 다음이 또 그 다음이 궁금해서 꾸역꾸역 읽어냈던 것 같다.

난, 그 시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체류탄이 도서관에서까지 터지던 그날,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학교를 빠져나오던 날도

나는 무관심으로 일괄했던 것 같다.

책때문은 아니겠지만,

요즘 잠 못드는 밤이 많아져서

따로 약처방을 받았다.

마음의 병

불면증

.

.

.

여기까지만 하고 앞으로 당분간은 즐거운 책만 읽어야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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