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 왔다~” 예술이 어렵기만 했던 이들이 유튜브에서 ‘할미’를 만난 순간, 고개를 끄덕이고 웃음부터 터졌다고 말한다. 발랄하고 호탕한 첫인사로 시작되는 이 ‘수상한 할머니’의 명화 수업은 마치 가까운 이웃집 소식처럼 귀에 쏙 들어오는 미술사를 전하며 30만 구독자, 누적 5천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미술관에 간 할미》는 바로 그 유쾌한 수업을 책으로 옮긴 미술 교양서다.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미술사 지식을 그림사랑꾼 할머니의 따뜻하고 웅숭깊은 시선으로 풀어냈다. 마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추리소설처럼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복잡하던 미술사가 어느새 평생 기억될 지식으로 새겨진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할미에겐 살면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단다. 나 젊었을 적에도 요즘의 휴대폰이란 물건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 휴대폰은 고사하고 사진기도 없었던 아주아주 옛날,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단체 초상화가 유행했어. 중요한 모임이나 행사가 있을 때 화가를 불러서 그 장면을 그림으로 남긴 거야. 초상화 한 점을 의뢰하는 데 드는 비용은 평범한 집 한 채 가격을 훌쩍 넘을 정도로 어마무시하게 비쌌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다 같이 돈을 모아서 함께 있는 모습을 기념으로 남기고는 했어. 그래서 그 시절 그려진 단체 초상화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야경>이야. p25
르 브룅은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직감했어. 왕실 화가라는 지위도, 파리의 호화로운 저택도 모두 내던지고 어린 딸의 손을 잡고서 도망치듯 프랑스를 떠났단다. 남은 이들이 대부분 혁명의 단두대에서 목숨을 잃은 걸 보면, 이때 르 브룅이 내린 결단은 무섭도록 현명한 선택이었지. 이방인 신세로 떠돌아다니면서도 그녀는 단 한순간도 붓을 놓지 않았어.
할미는 젊은 시절 도전하고픈 가슴 뛰는 일이 있어도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했단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고 개척해나간 르 브룅이 참 대단하게 느껴지는구나. p151
<비참한 기분>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처절한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단다. 온통 강렬한 붉은 색으로 뒤덮여 언뜻 뭉크의 <절규>가 생각나기도 하는 작품이지. 그래도 말이다, 이 할미는 베레프킨이 끝내 그림의 세게로 돌아온게 어찌나 다행인지 모르겠어. 누구나 방황하는 시간은 있는 법이고 그녀도 그 아픈 시간을 통과했기에 더 깊고 절실한 언어로 세상을 그릴 수 있었던 걸 게야. 인생이란 것이 그렇더구나. 때로는 차라리 없었으면 싶을 만큼 쓰디쓴 상처가, 그 속에서 돋아난 날개로 우리를 더 먼 세상까지 나아가게 해주는 법이란다. p198
그는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반려견과의 순간들을 여러 그림으로 남겼어. 문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다 한걸음에 달려나가 반갑게 꼬리를 흔들고, 심지어는 주인이 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변함없이 묵묵히 곁을 지키는 영원한 친구의 모습으로 말이야. 그림 속 강아지들의 그 한결 같은 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뭉클해지지. 때로는 난해하고 추상적인 의미가 담긴 대단한 거장의 작품보다도, 이렇게 보자마자 마음을 툭 건드리는 그림들이 더 깊은 감동을 주기도 한단다. p224~225
우리 똥강아지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애써 묵혀두지 말고 마음껏 시작해보렴. 설령 지금이 아니더라도, 할미가 살아본 바로는 인생이린건 우리 생각보다 긴 여정이니 그리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모지스 할머니는 물론이고 이 할미가 본 대단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때를 찾아 빛나더구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호 박완서 작가도 마흔에 글을 쓰기 시작해 첫 소설을 발표했어. 그로부터 눈을 감을 때까지 우리에게 남긴 보석 같은 글이 770여편이나 된다는구나. 또 누구는 예순이 넘어서 처음 대학에 들어갔고, 누구는 그 나이에 유튜브를 시작했지. 그러니 처음부터 잘할 필요도 없고 꼭 남들보다 빨라야 할 이유도 없단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냥 지금 이 순간 가볍게 시작해 보렴. 시작하기에 꼭 맞는 때는, 언제나 지금이란다. p265~266
뭐가 그리 바빴는지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별다방 창가자리에서
첨부터 궁금했지만 혹시나 가벼울까봐(?) 북카트에 담아두고
데려오지 못했던 책 한권을 읽고 있다.
'짧게 읽고 오래 남는 모두의 명화수업
미술관에 간 할미'
요며칠 때아닌 무더위로 밥하다가 몸에서 사리대신 소금이 나올것 같은
순간을 경험하고 오늘 저녁은 파업을 선언했다.
김씨 퇴근하면 여름맞이 삼계탕을 먹기로해서
이시간이 모처럼 여유롭다.
다정한 할머니가 손주에게 들려주는듯
편안한 문체가 정겹기도 하거니와
기존에 알고 있던 미술사는 정리되고,
새롭게 접하는 화가와 작품들은 귀담아 듣게 된다.
이번에 내 마음을 빼앗은 화가는 '마리안느 폰 베레프킨'으로
뛰어난 재능으로 '러시아의 렘브란트'로 불리웠다고...
뭉크의 작품과 닮은 듯 다른 강렬한 붉은색과 내가 좋아하는 푸른빛에
더해 예사롭지 않은 사연이 마음에 와 닿는다.
요며칠 처음으로 이종출판사의 위드로우 미션에 참여하고 있다.
'카골의 어반 스케치 기초'를 순서대로 따라 그리는 스케치 미션인데
펜하나로 차근차근 그려보는 재미가 또 쏠쏠하다.
혹시 또 모르지.
모리스 할머니 닮은 우희할머니로
언젠가는 나만의 그림세계를 펼칠 수 있을찌도... ^^;
'시작하기에 꼭 맞는 때는, 언제나 지금이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