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독자는 피곤하면 먹고 싶은 욕구가 더 치솟는다는 점도 알아차렸을지 모른다. 이는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잠을 너무 적게자면 포만감을 알리는 호르몬이 억제되고, 대신에 배가 고프다는 느낌을 일으키는 호르몬의 농도가 늘어난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더 먹고 싶어진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 체중이 늘어난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다. 게다가 잠을 충분히 못 자는상태에서 살을 빼려고 하는 것은 헛수고다. 몸무게가 줄어든다고 해도, 대부분 지방이 아니라 지방을 제외한 부위의 체중이 빠져나가는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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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이 끝난 뒤, 한눈에 봐도 유명 인사처럼 보이는 신사가 다정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미묘하게 황록색을 띤 트위드 재킷을 입고 있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짧은 대화였지만, 내 인생에과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순간 중 하나였다. 그는 잘 들었다고 하면서, 자신이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했다. 잠이 활동적인 뇌상태, 전에 배운 것들을 살펴보고 나아가 강화하는 상태라는 내 말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이어서 나온 말에 나는 멍해졌고, 그 뒤로 여러 해 동안 이어질 주된 연구 주제의 실마리가 튀어나왔다. 피아니스트로서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주 겪는 일이 하나 있어요. 어느 작품을 연습하는데 밤늦게까지 해도 능숙하게 잘 쳐지지 않을 때- P182
가 있죠. 똑같은 대목에서 똑같은 실수를 계속 저지르는 거예요. 그러면 결국 좌절한 채 잠을 자러 갑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피아노 앞에 앉으면, 그냥 되는 거예요. 완벽하게요.」「그냥 되는 거예요. 뭐라고 대답할지 생각할 때 그 말이 내 머릿속에 계속 울렸다. 나는 흥미로운 생각이라고 말하면서, 잠이 실수없이 연주할 수 있도록 연주 솜씨를 돕는다는 것은 분명히 가능하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는 내가 아는 한 없다고 말했다.- P183
이 수면 문제에서 지속 시간(3개월 이상, 1주일에 3일 이상)을 강조하는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누구나 때때로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날이 있다. 하룻밤만 그럴 수도 있고 며칠 동안 그럴 수도 있다. 그런 일은 정상이다. 그런 일에는 대개 명백한 원인이 있다. 업무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고, 인간관계나 연애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상황이 나아지면, 수면 문제는 대개 사라진다.- P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