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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

‘만약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를 두 사람이라고 할 것인가?
한 사람이라고 할 것인가??
『탈무드』 경전은 이러한 가설을 만들어놓고 생에 대한 다양한 시점을 논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의 관심을 끄는것은 그것을 식별해내는 기준과 그 방법에 대한 『탈무드』의 명쾌한 해답이다. 한쪽 머리에 뜨거운 물을 붓고 다른 쪽 머리의 반응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P238
승화

동양에서는 고난을 극복하려 한 것이 아니라 승화하려고 했다. 운명에서 벗어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 운명과 어떻게 교섭하고 순응하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를 발견하려 한것이다. 같은 조건, 같은 환경이라 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동양인의 천국과 지옥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마음속에 있다.- P252


전설에 의하면, 차는 달마의 눈꺼풀이다. 수행 중에 졸음이 와서 눈꺼풀이 감기게 되자, 달마는 그것을 도려내어 뜰에 던졌다. 그것에서 싹이 나와 나무가 된 것이 바로 차나무라는 것이다. 분명히 차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세계를 끝없이 응시하는 달마의 맑은 시선이 있다. 그것은 졸음을 깨우는 물이다. 새벽의 샘물처럼 인간의 눈을 투명하게 하는,
‘눈을 뜬 물‘이다. 과학적으로 카페인이 들어 있는 액체라고 해버리면 그뿐이지만, 우리는 아무래도 한잔의 차에서 인간의 의식을 눈뜨게 하는 어떤 긴장된 정신 그 자체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 반대의 극에는 이태백의 전설과 함께 있는 물,
즉 술이 있다. 그렇다. 술도 또한 물의 정이다. 이태백의 환각적인 눈꺼풀, 달을 바라보는 그 몽롱한 눈꺼풀에 덮인 물,
그것은 깨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잠재운다.
그 도취의 힘은 수평선을 향하는 파도의 운동처럼 인간의 의식을 끊임없이 흔들어, 먼 곳으로 이끌어간다. 인간이 만든이 두 개의 물이야말로, 인간 문화의 두 지향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액체인 것이다.- P259
시원섭섭

한국의 정겨운 사회에서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명하게 따지지 않는 면이 많지요.
우리가 흔히 쓰는 말에 ‘시원섭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불어, 영어, 어떤 말로도 번역이 안 됩니다.
시원섭섭이란 정이 많은 민족에게서만 나올 수 있습니다(싫은 것까지도 정을 두었기 때문에).
싫은 것이 없어지면 시원하지요. 논리적으로 시원한 거예요. 그런데도 그것이 답답하고 싫고 귀찮은 것이었다고 할지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면 미운 정이 붙어서 없어지고 나면 섭섭하게 느껴집니다.- P279
사람

산길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짐승이 숲에서 튀어나왔다 또는 밤길을 걷다가 도둑의 습격을 받았다 했을 때 한국인이면 누구든지 "사람 살려!" 하고 소리 지를 것입니다.
내가 늘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경황이 없는 절박한- P282
상황에서 "나 살려!" 하지 않고 "사람 살려!"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 극한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게 믿고 있었던 것은 자기가 아니고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사람에 대한 믿음,
사람은 꼭 살려주어야만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냥 못 본 체하고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상대방에 대한 믿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람을 살려달라고 했을 때 그 사람이라는 말 속에는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것. 이 절박한 위험을 누군가가 도와주어야만 할 존재라는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와 믿음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위급한 경우를 당했을 때 ‘사람‘이라는 소리를 크게 외쳤다는 것은 우리의 문화 속에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믿고 있는 정신이 스며 있고 배어 있다는 방증인 것입니다.

이 시대에 금붕어를 기르는 것은, 거문고를 타는 것은 사치도 죄도 아니다.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P283
창조

창조는 외로운 거야.

이제는 미쳐야 미치는 세상이야.

창조란 투표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민주주의고 그것이 여론이고 그것이 모든 것을 정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창조란 천 사람이 앉아 있어도 혼자 걸어갈 수 있는 것이고 천 사람이 가도 혼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의심

누구나 어렸을 때는 질문을 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갖는다. 하지만 점점 자라면서 더 이상 묻지 않는다. 더 이상 신기한 것이 없고, 어제 뜬 태양이 오늘도 뜬다는 것을 당연시하고, 그것을 의심하는 사람을 바보로 생각한다. 하지만 기억하라. 의심 많은 바보가 세상을 바꾼다는 사실을.- P307
물음느낌표

내 인생은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고 가는 삶이었어. 누가 나더러 ‘유식하다, 박식하다‘고 할 때마다 거부감이 들지. 나는 궁금한 게 많았을 뿐이거든.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여겨도 나 스스로 납득이 안 되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어.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오가는 것이 내 인생이고 그 사이에 하루하루의 삶이 있었지.- P312
어제와 똑같은 삶은 용서할 수 없어. 그건 산 게 아니야.
관습적 삶을 반복하면 산 게 아니지.

내가 만약 유럽에서 태어났고 누군가 내게 우리 가문의 문장을 만들라고 했다면 ‘물음느낌표‘로 정했을 거야.
‘왜?‘ ‘어떻게? 하는 물음표가 있어야 ‘아!‘ 하고 무릎을 탁 치는 느낌표가 생기지.
물음표가 씨앗이라면, 느낌표는 꽃이야.- P313
벤처

벤처라는 말은 이미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한다. 무역선에 싣는 상품들을 그렇게 불렀다.
배가 무사히 돌아오면 대박이고 도중에 풍랑을 만나 뒤집히면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근본적으로 벤처 동물이다. 다른 동물들은 불이 무서워 피했으나, 그 위험을 이용해 문명을 만든 것이 인간이다.
예술가의 경우처럼 순수한 창조의 욕망을 지니고 목숨을 걸 때 비로소 벤처 기업은 성공한다.

우리 벤처 망하는 것, 당연한 겁니다. 미국 사람들은 실리콘밸리에 들어갈 때도 자기들끼리 이런 말해요. ‘우리 죽으러 들어간다‘라고 벤처 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다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기존의 틀 속에서 성장할 수 없는, 하고 싶지 않은 자들이 들어가는 거지요. (...)
전 벤처 기업가는 다 예술가라고 생각해요. 망해도 좋다,
죽어도 좋다며 매달리는 게 예술가잖아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열정과 헌신, 이것은 시인이자 예술가의 마음이죠.

관찰

우리는 사물을 보지 않는다. 본다기보다 사물 위를 그냥 스쳐 지나간다. 얼음판을 스치듯이 미끄러져 가는 것이다.- P321
그러기 때문에 사물의 형태나 빛깔 그리고 그것들이 끝없이 우리를 향해 말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듣지 못한다.
만약 우리가 시선을 멈추고 어떤 물건이든 단 1분 동안만이라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들은 어김없이 먼지를 털고 고개를 치켜들 것이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난 순간처럼 전연 낯선 얼굴로 우리 앞에 다가설 것이다.
모든 도구는 필요한 물건으로서가 아니라 삶의 감동을 나누어주는 조형물이 되어 조용히 내 앞에 와 앉는다.- P322
고정관념

유치원생 아이들은 아무 편견과 고정관념이 없다. 그들에게- P323
날아가는 새, 흘러가는 구름, 피는 꽃, 전부 경이로운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꽃 피는 거 다 안다,
새 우는 거 다 안다‘라고 한다. 모르면서도 안다고 생각해야 철이 들었다고,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편은 백로고 상대방은 까마귀라고 단정을 지어버리면 우리가 어떠한 나쁜 짓을 해도 그것이 올바르다고 믿게 된다.
(...) 고정관념은 우리를 유형화하고,
단순화시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차단시킨다.
생각하지 않고서도 아는 것이라 착각하고,
우리를 안일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고정관념이다.- P324
질문

나는 ‘수‘를 받고 그냥 좋아하는 아이보다도 ‘가‘를 받고 대체 이 ‘가‘란 뜻이 뭐냐고 물을 줄 아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다. 너희들은 어리다. 어떤 해답을 쓰기보다는한창 무엇인가를 물어야 할 그런 나이인 것이다. 너희들이,
묻는 말에 잘 대답할 줄 아는 똑똑한 아이가 되기보다는 거꾸로 궁금증을 묻고 또 묻는 그런 바보스러운 아이이기를 희망한다.

서투른 음악이 때로는 명연주보다도 감명을 줄 때가 있다.
잘 정리된 철학자의 인생론보다도 철없는 아이의 질문이 진리에 한층 더 가까울 때가 있다.

하나의 질문이 성숙하게 익어가고 거기서 하나의 해답이 나올 때까지 끝없이 끝없이 질문하는 그 과정 속에서- P330
핵자기 공명 같은 인류 최초의 발명을 할 수 있습니다.

질문하라. 모든 사람이 응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하는 길로 가면 지적 호기심 속에서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대답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 가슴속에 싹트는 의문, 질문, 여기서 해답이 생겨나는 것이다.- P331
랜덤니스randomness

지난날에는 ‘모른다‘고 하면 바보 취급을 당했어요.
그런데 오늘날에는 ‘모른다‘는 것이 귀중한 것이지요.
‘엉터리‘라든가 ‘모르겠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다시 말해 ‘랜덤니스가 시대의 주인공이 되는 것입니다.
행동의 스타일에 대립적인 것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상황을 모르는 경우, 보기 전에 뛸 것인가, 뛰기 전에 보아야 하는 것인가? (...) 컴퓨터도 있고 오토메이션도 있으니까.- P337
뛰어봄으로써 상황이 바뀔 수도 있는데 뛰어보려고 하지 않아요.
오늘날에는 모두가 보고 있고, 보이는 것은 누구에게나 뻔한 것이니까 결국 뛰는 자가 현명하고 뛰려고 하지 않는 자가 어리석다는 것입니다. 무턱대고라도 뛰어보는 것이 현명하다는 뜻입니다.- P338
물음

시험을 치르는 습관 속에서 너희들은 ‘물음‘의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오직 ‘해답 뿐이라고 생각한다.
알고 싶다는 욕망보다는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승리에의- P340
욕망이 앞서게 된다.
그러나 아들이여, 너희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해답보다는 물음이 있는 곳에 새로운 삶이, 새로운 지식이 그리고 새로운 운명의 문이 열린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선생님이 막대기를 들고 "하늘은 까맣고, 땅은 노랗다"
라고 해도 "선생님, 왜 하늘이 까매요? 제 눈에는 파랗게 보입니다"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선생님 말을 그냥 들은 사람은 머리에서 자기의 사고 능력이 자라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머리는 전부 정지되고 남들이 가르쳐주는 것만이 진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끝없이 의심하고 묻는 사람은 전통을 그냥 답습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전통속에서 지식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된다. 그러면 여러분은 일 초마다 새로워지며 어제와 또 다른 오늘의 내가 된다.- P341
고유함

도서관에 가보면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무슨 얘기를 더 보태겠어? 다만 79억 지구인 중에서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모든 사람은 각자 고유의생각을 하고, 그 생각은 제각각 소중해요.

부족하기 이를 데 없기에 하나의 문장을 남기면서도 주저하는 저에게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서툴어도 남들과 다른 생각을 또 하나 우리 종에게 더한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용감하게 펜을 들겠습니다.-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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