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사랑이란 말이야.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조심 또조심을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 것처럼, 영원무궁토록 사랑하겠다고 아무리 굳은 결심을 해도 내 마음대로 되지가 않는 것이야. 사랑이란 그런 것이라고 알아?"- P58
머릿속에 계산기를 넣고 다니는 남자. 이 남자 나영규와 앉아있으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현실이 보인다. 너무나 일목요연해서 어디 제멋대로인 꿈이나 상상 같은 것은 전혀 끼어들 자리가보이지 않는다. 알고 있는 사람은 다 아는 것이지만,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고 잘 정리된 남의 집보다 적당히 너저분한 남의 집이묵어가기에는 훨씬 편한 법이다.- P77
"김장웁니다. 지금은 남도로 여행 중입니다. 전하실 말씀을 남겨주세요. 삐이......."
삐이 ・・・ 신호음이 울렸지만 나는 아무것도 남길 말이 없었다. 김장우의 선량한 음성만 귓전에 맴돌았다. 언제라도 가방만 둘러메고 떠나는 데 익숙한 김장우였다. 그는 전문적으로 야생화만 촬영하는 사진작가였다. 하지만 오늘 남도로 촬영여행을 떠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이렇게 해석해보았다. 김장웁니다. 안진진과 일요일을 함께 보내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아서 쓸쓸하게 남도로 떠납니다. 쓸쓸함이 가시면 돌아오겠습니다....- P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