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는 단추 같은 것. 때가 되면 바느질 땀으로 다시 매달아야만 하는, 방치만 해두면 어느새 끊어져 버리는.
땅에 떨어진 단추는 더는 결속되지 않는 마음이다. 어디로도 기울 수 없고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나의 슬픔은 나만의 슬픔이다. 나의 익살은 모두의 웃음이고, 누구에게 슬픔을 꺼내 보일 수 있을까.
단추가 끊어지지 않으려면.- P48
위태로운 평점심이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내 안으로 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행동이 아닌 생각에만 잠길 수 있는 곳에서, 누구도 나를 찾을 수 없는 곳에서,
누구도 내게 위안의 말을 건네지 않는 순간이 찾아올 때까지, 모두가 내게 찾아온 슬픔을 망각할 때까지, 그곳에 웅크린 채 숨어 살고 싶다.- P53
사람들은 나를 언제나 차분한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뿐이다. 나는 엄마처럼 감정을 삼켜내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삼켜낸다고 소멸되는 감정은 없다. 표출되지 못한 감정은 마음 한구석에서 묵혀진다. 묵혀지다 오염되는 감정들. 그것들은 잠복기를 거쳐 나를 잠식할 것이다. 삼켜낸 감정들이 나를 삼킬 것이다.
감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언제부터였는지,
마음과 감정이 고장 난 듯하다.- P61
너무 착하고 여린 사람은 세상의 모든 슬픔이 전부 자기 탓인 것만 같아서 혼자 몰래 앓다 서둘러 세상을 떠나게 되는 걸까.- P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