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받아들이며 살 것인가‘
결국, 살아지는 게 삶이니, 그 과정에서 우리가 겪는 매 순간을어떤 식으로 이해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예측 불가능하고, 뒤죽박죽인 채로 흘러갑니다. 하지만그 점이 오히려 우리 삶과 닮았습니다. 그래서 수필을 잡서‘라고하나 봅니다. 잡동사니가 오히려 보편적이고, 그것이 어쩌면 삶의 진실에 더 가까운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완벽한 체계보다는불완전한 조각들이, 거창한 철학보다는 소소한 일상이 우리를 울고 웃게 하니까요.
지금부터 저라는 이름의 불완전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존재하지만 우리가 보려 하지 않았던 것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꺼지는 감정에 사로잡힐지도 모릅니다.
괜찮습니다. 그게 인생입니다.- P11
깊은 위로는 결국 시간이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당장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세월이 흘러 그의 삶이안정되고 나면 비로소 건넬 수 있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 시차 속에서 상처는 아물어가고, 상처의 언어는 새롭게 돋아난 긍정의 의미를 획득하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그날 밤 제가 한 일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들어주고, 함께 있어 주고, 택시에 태워 보낸 것이 전부였지요. 하지만 그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
이 어쩌면 가장 적절한 위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P21
그 무력함을 깨달은 순간, 나는 내 슬픔을 함부로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슬픔에도 순서가 있다는 것을, 내 슬픔은 뒤로 밀려나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감정의 위계를 배웠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첫 번째 조건이 자신을 지우는일이라는 것을, 그 무렵부터 알게 되었다.- P35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자신의 감정을 뒤로 미룬다고해서 그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감정들은 마음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언젠가는그 감정들과도 마주해야 할 때가 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감정의 위계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의감정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배려하되,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것이지요. 그 균형을찾아가는 것이 성숙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P39
부모라는 자리에 서면 언제나 양 갈래 길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한쪽 길은 아이 곁에 바짝 붙어서 걷는 길이고,
다른 한쪽은 조금씩 거리를 두며 뒤따라가는 길입니다.
마음은 늘 첫 번째 길을 택하고 싶어 하지만, 머리는 두번째 길이 옳다고 속삭입니다. 아이가 넘어질 때마다 달려가서 일으켜 세우고 싶은 마음과, 스스로 일어날 때까- P53
지 기다려야 한다는 마음. 이 두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지않는 부모는 아마 없을 겁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죠. 사랑하니까 곁에 있고 싶지만, 사랑하니까 떠날 준비를 시켜야 하고, 보호하고 싶은 만큼 홀로 설 수 있게 해야 하고. 어쩌면 부모가 된다는 건, 이런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P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