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무의미(그림자)가 있기에 의미(빛)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P6
특히 정보라는 의미는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정보는 내가 고민하는 순간 ㅡ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무언가를 상상하고 이미지를 그리는 데 필요한 순간―을파괴한다. 언제든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없기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P29
호흡을 가다듬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지 않으면, 의미에 질식해서 서서히 죽고 말 것이다. 나는 최근 몇 년간 의미로부터 잠깐이라도 벗어나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하여 의미와 의미 사이에 있는 무언가의미가 희미해지는 찰나,
곧 무의미라는 존재를 깨달았다.- P31
이 책의 역할은 무의미를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한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전하는 데 있다. 지금부터무의미에서 가치를 찾고, 무의미를 사랑하기 위한 몇 가지아이디어를 제안하려고 한다. 독자인 당신에게 의미가 있을지, 아니면 무의미한 문장의 나열에 지나지 않을지.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결정할 권리이자, 당신에게만 허락된 의미와 무의미가 뒤섞인 상태다.- P33
예를 들어 당신이 지금까지 조금도 의지하지 않았던, 처음 몇 페이지만 적고 내팽개친 일기장을 생각해 보자. 남은페이지의 공백이라는 무의미가 일상을 더욱더 사랑하라고채찍질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매일 서둘러 지나쳤던 큰길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고색창연한 부티크에 장식된, 도저히 당신이 의미를 찾을 수 없었던 소품을 떠올려보자. 딱히 지갑을 꺼낼 필요는 없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충분하다. 그것을 가진 자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즐거워진다.- P49
무의미를 마주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의미는 의미만 좇는 생활에서 결코 얻을 수 없었던 안식을 준다. 의미와 결별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은 미안해"라고 살짝 저항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마음이 가벼워진다.- P50
•초조함은 실패를 부르는 법이다. 무의미를 이해하려고서두를수록 오히려 무의미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왜냐하면 무의미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의미를대할 때 정답을 찾으려고 하면, 무의미의 의미가 사라져 버린다.- P66
허무와 무의미는 다르다.
의미가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이 무의미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다.- P70
다만 내가 명확히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내가놓쳐 왔고, 의미에 쫓기고 있는 사이에 언제나 나와 관계없다고 상대하지 않은 무의미였던 것들이다. 무의미라고 생각하고 무시해 왔던 컵에, 새로운 가치를 붓고 싶어서 나는손을 움직이고 있다.- P97
우리는 언어가 가진 의미를 의심해야 한다. 언어가 빚어내는 의미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언어의 의미를 무작정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언어를 모조리 씹어 삼켰어도 결코 이해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언어의 의미는 더 깊숙이 숨겨져 있다. 아니, 의미가 박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표면만 훑어보고 전부 읽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무의미를 읽는 행위는, 언어의 깊은 곳에서 조용히 우리와 마주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의미와의 만남을 도와준다.
나는 표면에 있는 의미에 휩싸이지 않으려고 무의미의 언어를 찾는다. 그것을 하루아침에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무의미를 읽을 수 있다면, 언어의 깊은 곳에 박혀 있는 의미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P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