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현재가미래를바꿈

나는 달리기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달리기는 삶의 본질적 가치를 드러내기 때문에 우리는 달리면서 그러한 본질적 가치를 만날 수 있다. 물론 그런 방법에 달리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방법인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세속적이고 평범해도 가장 합리적으로 삶의 의미를 설명해 주는 방법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삶의 의미에 대한 대답이 늘 취약하고 변화한다. 그것은 몇 분 만에 쉽게 이해되었다가는 곧 사라진다. 그러나 이들이 어쩌면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일지도 모른다.- P15
달리기에 대해 쓰려면 글의 구조도 그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나는서서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다면, 글을 구성하는 생각은 아귀가맞지 않아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특별한 것이 없는 활동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발을 내딛고 팔을 흔드는 움직임은 모두 한 동작에서 다음 동작으로 흘러간다. 이 책을 구성하는 생각도 이와 같다. 달릴 때처럼 생각들도 하나에서 다음으로 물 흐르듯 한 순간도 똑같거나머물러 있지 않고 늘 변화하며 흘러 간다.- P17
전통적인 중년의 위기는 자유에 관한 것이지만 이것은 특별한 종류의 자유이다. 서서히 미세한 먼지가 되어 결국은 소멸하는 인생에서어른을 짓누르는 책임감을 벗어던지려는 자유임이 틀림없다. 그러나그 형태는 젊음의 자유를 흉내 내려고 한다. 젊은 여성과 빠른 스포츠카가 젊음의 상징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은 노년에서 벗어나려는 자유이며, 우리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격해 오는 삶의 자유인 빠른젊음의 자유를 재현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필요에 맞게 행동하는스피노자의 자유이다. 그러나 장거리 달리기에 체화된 자유는 매우 다르다. 이것은 스피노자의 자유, 젊음의 자유가 아니다. 스피노자의 자유는 육체와 정신의 경계를 허문다. 실제로 스피노자는 육체와 정신은결국 하나라고 생각했다.- P50
데카르트에 따르면, 뇌를 포함한 육체는 다른 물질과 상세 구성이다를지언정 역시 하나의 물질이다. 그러나 데카르트가 보통 동일한 것으로 본 정신, 영혼, 이성 혹은 자아는 매우 다르다. 정신은 물질적 대상이 아니며 물질과는 다른 실체로 구성되어 있고 다른 법칙을 따른다.
그 결과로 나온 데카르트식 이원론은 인간을 물질적 육체와 비물질적정신의 전혀 다른 두 가지가 결합된 것으로 본다.
정신에 대한 데카르트의 견해가 옳다고 보기는 매우 힘들 것 같다.
그럼에도 장거리 달리기의 자유는 스피노자보다는 데카르트의 자유인 것이 분명하다. 약한 쪽은 육체이다. 장거리 달리기에서 거리를 늘려 나가는 것은 육체를 속이고 설득하는 정신의 능력이다. 104번가에도달해도 계속 달려야 한다. 나는 내 육체가 여전히 내가 지정한 페이스대로 한 발 한 발 내딛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신은 성공적인 달리기를 위해 가끔은 거짓말을 필요로 한다. 인내심의 저변에는 자기기만이있는 것이다.- P51
철학적 질문이 삶에 대한 질문, 즉 삶에서 중요하거나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라면, 문제의 강도과 긴급성은 살면서 스스로느껴야 한다. 문제의 해결책에 대한 매력적인 대안과 그 매력에 굴복하고 마는 것은 근본적으로 살면서 직접 느끼고 실행하는 것이지 머릿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의 의미 혹은 가치라는 문제를 느낄 수 없는 한,
어떤 대답이 주어져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이 대답은 우리 정신 속에서 찾는 것이 아니다. 그 가치를 이해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피와 뼈 속에 있다. 삶이라는 문제의 의미를느끼는 것은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살아가면서 삶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머리가 아니라 창자와 혀에서 느껴지- P56
는, 저린 뼈와 시린 피이다. 삶의 가치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삶을구원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 준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먼저 정확히 무엇으로부터 삶이 구원받아야 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을 느끼면서 이해하는 것이고, 피가 묽어지고차가워지며 체력과 지력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느낄 때 알게 되는 것이다. 삶에 의미가 있다면,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1913~1960)가 말한 살 만한 가치가 있게 만드는 그 무엇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삶의 의미, 즉 삶의 가치를 묻는 것은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P57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서 경험하는 자유는 정신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자유이다. 장거리 달리기에는 일종의 앎도 있는데 아직 젊었던 경쾌한 시절로 스며들었던 바로 그 앎이다. 이것은 가치의 앎이며 삶에서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리는 앎이다. 장거리 달리기에서 경험하는 자유는 내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런 자유가아니다. 이것은 제약이 없음에서 오는 자유가 아니다. 오히려 장거리달리기가 내게 가르치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의 자유로부터 내가 얼마나 멀어지는가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종류의 자유가있는데, 바로 나도 모르게 생기는 자유, 의심 없이 찾아오는 자유이다.- P58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