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 먹듯 책을 편식하던 파타는 어느 날 언니에게고전소설의 즐거움을 알게 된 마음을 흥분된목소리로 전했다. "축하해. 사람들과 한 발짝 더멀어진 걸. 언니는 웃었다. 파타도 따라 웃었다.
혼자 있는 그 시간 자체가 고전임을 알아버린두 자매는 혼자이면서도 동시에 함께였다.- P23
"전 정체성을 찾고 있어요."
"아주 좋은 시기네요."
"근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파타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고 경계인은 파타를보지 않은 채 말했다.
"매년 올라가야 하는 계단은 높이도 다르고 깊이도달라요. 작년보다 이번 계단이 유독 높았나보네요. 그래서 적응하는 중인가 보다. 그건혼돈의 시기가 아니라 빨리 온 축복이라고 하는거예요. 정체성을 찾아야 해. 그게 앞으로의 몇년을 책임질 거야. 정리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비빔밥을 만들어버려요. 아주 좋은 축복이니자꾸 연구하지 말고, 그냥 관찰해."- P32
파타에게 이때 무엇으로부터 도망쳤는지 물어본 적이있다. 한참 뜸을 들이던 파타는 오래도록 눈을굴리다 말을 시작했다.
"자꾸만 내 행복을 빌어줘서..."
"사람들이 자꾸만 내가 행복하기를 빌어주는 거야.
그들의 소망이 덕지덕지 내 몸에 붙어서떨어지질 않아." 널 사랑하기 때문인 걸 잘알지 않냐는 말에 "알아. 내가 나쁜거 알아.
아니, 이게 싫은 거야. 자꾸만 내가 나쁜 사람이되게끔 만들어. 그저 사는 나에게 자꾸만행복하라고 하잖아! 그게 잘못된 건지 사람들은모르나 봐. 그 마음이 얼마나 이기적인 건지."- P39
"난 그 무거운 임무에서 도망친 건데, 떠난 나에게 또물어보더라. 여행은 행복하냐고, 돌아온 나에게또 물어보더라. 어땠냐고 다녀오니 행복하지않으냐고.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게."
"행복하다고, 홀가분하다고 이야기했어. 원하는 답을해주고 말았어."
파타의 인정에 그들의 표정은 그제야 흡족해졌다는이야기를 끝으로 그녀는 입을 다물다 들릴 듯말듯 읊조렸다.
"내가 진거야."- P40
"잘해준다는 건 선의의 일이지만 아무도 모르는숨겨진 또 하나의 의미가 있어. 모든 사람들에게친절하더라도 손해 볼 일이 하나도 없다는말이야. 내 진심을 의심하지는 마. 그냥 엿이따라올 뿐이야."
그녀는 경쾌했다.- P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