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든 책이든 읽고 돌아서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읽다가 자꾸 딴 생각을 하게 된다.
읽다 말다 읽다 말다 하다 보니 읽기가 재미없다.
다 읽고 나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단어가 많아 읽기가 싫증난다.
맞춤법이 자꾸 틀린다.
글이라고 써놓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매번 문장이 길어져 다 쓰기도 전에 지친다.
블로그도 쓰다 말다를 반복한다.
글쓰기 클래스를 쇼핑하고, 글쓰기 책을 모두 사다 나르지만 정작 한줄 쓰지 못한다.- P12
글씨만 보면 울렁증이 생긴다.
베껴쓰기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베껴쓰기 훈련 카페에서 묵묵히 베껴쓰기를 해온 동지들께 감사드린다. 이 책을 위해 몇 가지 궁금한 것을 여쭈었더니 흔쾌히 경험담을 들려주셔서 베껴쓰기를 경험하지 못한 분이 메시지를 이해하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감사드린다. 미국 학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실행한 읽기지도에 관한 자료를 번역하고 제대로 이해를 도와준 원도형 님에게도 감사드린다.- P13
매일 신문칼럼 한 편을 베껴쓰기 하는 것으로 글을 잘 읽게 되는 것은 물론, 글을 잘 쓰는것까지 가능하다는 제안에 당신은 믿음 반 의심 반일지도 모른다. ‘글쓰기가 그렇게 쉽게 가능하다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 훈련을 지속하는 이들의 한결같은 경험담인즉 "베껴쓰•기 훈련법은 쉽다. 간단하다. 하면 할수록 재미있다"는 것이며, "글에 대한 감각이 생겼다. 글을 보는 안목이 좋아진다"고 베껴쓰기 훈련법을 증언하고 추천한다. 이제 당신 차례다.- P18
"독자가 즐길 만한 목소리를 찾아내기란 감각이다. 감각이란 절뚝거리는문장과 경쾌한 문장의 차이를 들을 줄 아는 귀이며, 가볍고 일상적인 표현에 격식 있는 문장이 끼어들어도 괜찮을 뿐 아니라 불가피해 보이는 경우를 아는 직관이다. 완벽한 감각은 완벽한 음정처럼 천부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습득할 수 있다. 비결은 그것을 가진 작가를 연구하는 것이다."
(글쓰기 생각하기」 중에서, 윌리엄 진서)
그렇다. 글쓰기란 재능도 기술도 아닌, 감각의 문제다. 독자가즐길 만한 목소리를 내고, 목소리를 문장으로 바꾸고, 문장 속에서호흡하게 하는 영역의 문제다.- P25
먼저 글을 잘 쓰기 위해 갖춰야 할 감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정도만 알아보자. 그래야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감각을 단련함에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어휘감각 ‘아‘해 다르고 ‘어‘해 다르다고 했다. 비슷한 단어라도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독자가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다.
☆문장감각 문장에도 유행이 있다. 매일매일의 사회상과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 문장이다. 소셜미디어가 글쓰기의 중심에 놓인 요즘에는 문장 또한 대중의 눈높이와 같이 가야 한다.
☆시대감각 글 쓰는 이는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 메시지가 빛나는 글은 날카로운 시대감각에서 나온다. 날카로운 시대감각은 쓸거리를 수집할 때도, 글을 쓸 때도 크게 도움이 된다.
☆윤리감각 개인의 일기장이나 순수한 문예창작물이 아닌 경우 글쓰기는사회적·공적인 결과물이다. 공인의식과 윤리감각이 바탕에깔려야 한다.- P29
자,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맨 먼저 해야 할 것이 많이 읽는 것, 제대로 많이 읽는 것이다. 쓰려는 분야에 대해 잘 쓴 혹은 제대로쓴 글을 골라 부단히 읽어대는 것이다. 베껴쓰기는 글쓰기의 맨앞단인 제대로 읽는 훈련이면서, 제대로 읽는 행위로 저자의 의도를 추론하고 자신의 생각을 떠올려보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읽기이며, 그렇게 자극받은 생각을 길든 짧든 한 편의 글로 재생산하는 쓰기를 위한 훈련이다. 베껴쓰기라는 행위는 글을 읽고 쓰는 데 필요한 총체적 감각을 훈련하는 작업이라는 말이다.- P32
베껴쓰기‘라는 말 때문에 ‘쓰기‘ 훈련으로 오인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쓰기‘가 아니라 ‘읽기‘다. 한자어로는 ‘필사‘, 영어로는
‘카핑Copying‘이다. 한 줄씩, 한 단락씩 문장을 베껴쓰다 보면 눈으로읽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확연하게 보인다. 문장 속에 들어 있는지도 몰랐던 부호 하나, 조사 하나가 존재감을 발휘하며 내용에 의미를 더한다. 베껴쓰기는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글이나 문장을 옮겨 쓰는 작업이다. 글이나 문장을 옮겨 쓰려면 문장을 대충 읽어서는안 된다. 한 줄 한 줄 혹은 단락 단락을 읽고 그대로 옮겨 쓰려면 우선 신중하게 읽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베껴쓰기란 ‘쓰기에 이르는 읽기의 길‘이다.- P44
2013년 여름, 동경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의 지성인 이어령 선생과 마주한 일본의 지성 다치바나 다카시 선생은 이런 경험을 들려주었다.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새 영화 <바람 불다 >의영화 팸플릿에 들어갈 추천의 글 (2,400자 분량)을 쓰기 위해 막대한 분량의 독서를 했다. 항공공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비행시대를 다룬 영화를 이해하기 위한 항공공학,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관동 대지진 등에 관련된 수십 권의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읽었고,- P46
전후 도쿄대 연구소 변천의 역사까지도 공부했다. 글쓰기는 실증적인 것이고 지식의 재생산 과정은 이런 독서에 기초한다."
이어 그는 "책을 굉장히 많이 썼고, 쓰는 걸 업으로 하고 있지만 책을 쓴다는 건 바로 글을 쓴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던히 읽을 수 밖에 없다.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이는 책을 만들고 쓰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하며, 잘 쓰기 위해서는 무조건 많이 읽어야 함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아울러 "트위터의 140자를 읽기보다 적어도 A4 두 장 분량의 글을 읽거나 새로 나온 책 한 권을 읽는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의 수준이 달라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P47
나는 도자기를 만들거나 가죽구두를 짓는 이들이 그들이 숭상하는 장인의 도제가 되어 배우듯, 글을 잘 쓰기 위해서도 누군가의도제가 되어 그의 솜씨는 물론 그의 감각까지도 고스란히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가르치고 배우고, 배우고 실행하는 것이 아- P54
니라 쓰면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잘 쓴 글을 베껴쓰기 하며 쓰기를 배우는 것은 한 위대한 인물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그를 흉내 내며솜씨를 배우는 ‘도제‘와 같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작곡을 하든체조를 하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이들도 모두 베껴쓰기를 통해 도제식으로 배웠다. 그렇게 배우며 기본을 통달한 후에야 자신의 방식대로 작품을 내어놓았다. 베껴쓰기는 모든 분야 대가들의 유서 깊은훈련법이기도 하다. 신문칼럼을 베껴쓰기 하는 것은 글을 잘 쓰기로소문난 일군의 신문기자들을 스승으로 모시며, 그의 도제가 되어 글쓰기 훈련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P55
"베껴쓰기란 잘 쓴 글을 해독하고 글쓴이의 의도와 방법, 문장과의미를 해체분석하고 해독하는 작업이다. 그 결과 제대로 잘 쓰인 글의 형태와 패턴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면당신의 뇌와 몸은 형태와 패턴을 기억했다가 어느 날 그대로 재연하는 데 성공한다. 단지 베껴쓰는 것만으로 글을 잘 쓰게 되는 원리는바로 이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베껴쓰면서 원문이 어떤 식으로 쓰여졌는가를 세심하게, 집중력 있게 관찰하는 능력이다. 대충 따라 하지 않고 치밀하게 관찰하고, 철저하게 흉내 내기가 관건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매일 1,000자씩만 베껴써 보자. 1,000자안에서 발상하고 조직하고 연결하고 주장하고 증명하고 설득하고 표현하는 훈련을 하자. 베껴쓰는 동안 집중력 훈련은 함께 행해지게 된다. 그렇게 길들여진 당신의 몸과 뇌와 정신은 당신의 글을 쓸 때도그만큼 집중력이 습관처럼 발휘할 것이다. 쓰기의 근육이 생겨 이미단단해진 이후일 테니 말이다.- 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