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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물인 사진을 만들어주는 카메라는 실용의 도구라는 성격이 더 강하다. 사진은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체적 결과물을 만들어주지 않던가. 문제는 사진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기준이 카메라 성능의결과인 화질에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사진은 찍힌 내용으로 판정된다. 내용을 만드는 일은 언제나 인간의 몫이다. 또한 결과의 판정은 얼마든지 객관적 검증을 거칠 수 있다. 카메라 자체가 목적이 되지 못하는 이유다. 오디오는 다르다. 조합의 변수를 이끄는 사람의 노력을 빼면 오디오 기기는수동적으로 음악을 들려준다. 음이라는 추상적 실체는 애매해서 판별도쉽지 않다. 설명하기 힘든 내용은 객관화시킬 수 없어서 자기만의 추구로치닫는다. 오디오 기기 자체의 조합은 추상적 감성의 충족을 위해 끝없이분화되는 탐닉의 과정이기도 하다.
인간의 취향은 촘촘하고 다채롭다. 카메라만을 좋아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매력적 요소는 뿌리치기 힘들 만큼 풍부하기 때문이다. 카메라 마니아가 그런 부류에 해당한다. 대개 앤티크 기종 수집가를의미하는 이들은 정교하고 치밀한 기계의 아름다움과 매력에 빠진다. 카메라의 역사성에 관심 높으며 수집품으로서의 희소성을 따지는 섭렵의 과정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카메라를 통해 아름다움을 느끼고 수집의 열망을 해소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열심히 사진 찍는 것 같지는않다. 반대로 사진을 좋아한다고 카메라 마니아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알고 있는 유명 사진가들 가운데 이런 부류는 하나도 없다.- P188
선명한 화질과 깊은 색감은 성능 좋은 렌즈의 조건이다. 화려함을 선명함이라 하지 못한다. 현란한 색채를 깊은 색감이라 하지 못한다. 그윽한 격조와자연스러운 기품마저 담아주어야 명 렌즈다. 이렇듯 좋은 렌즈에 요구되는덕목은 성능을 뛰어넘는 추상적 분위기까지 포함한다. 독일제 렌즈의 우수함은 말로 다 옮기지 못한다. 성능으로 다 파악되지 않는 인간의 혼이 담겨 있는까닭으로 나는 믿는다.- P219
사진은 자신의 선택을 소중히 간직하는 일이다. 남들이 찍어놓은 멋진 사진을 흉내 내는 일은 우습다. 순천의 낙안읍성은 유명 관광지로 탈바꿈한 지오래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거의 비슷하다. 흔히 말하는 사진포인트에서 빗겨난 장면을 보기 힘들다. 이유란 뻔하다. 기억에 남는 사진을그대로 따라하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름을 추구하고 자신만의 확신을 옮기는일이 왜 이리 어려울까. 가장 개인적 관심을 다루는 사진이 획일화되면 불행이다. 사진 안에서 큰소리치지 못하면 어디서 가능할까.- P229
제발!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주위를 돌아보지 말기 바란다. 사진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 혼자만의 시간과 선택을 즐기는 일이다. 더 잘찍어야 하는 중압감이 왜 필요한가. 우리들이 찍은 사진은 신문과 잡지에실리지 않으며 텔레비전에 나갈 일은 더더욱 없다. 아무도 보지 않는 사진을 의식하는 일은 볼썽사납다.
저 혼자만의 사진에서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면 어디에서도 하기 어렵다. 무엇이 불편한가. 그리고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카메라의 파인더는세상을 향해 뚫려 있을 뿐, 누구도 막지 못한다. 우리는 말할 상대가 없어외롭고 힘들다. 나이가 들면 더더욱 말할 상대가 없다. 제 마음대로 말하고 소리칠 상대가 있다는 건 축복이다. 아무 때나 불러내도 귀찮아하지 않고 무리해도 투정하지 않는 고분고분한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위안인가.- P231
친한 친구에게도 제 마음을 털어내지 못하는 건 자신의 책임이다. 제안에 갇혀 세상과 불화하는 건 자폐의 증세다. 떳떳하게 밖으로 나올 일이다. 세상과 말 붙이고 진실만을 이야기하기에도 인생은 짧다. 남의 생각과남의 기대에 묻혀 사는 일보다 슬픈 일은 없다. 남이 아닌 제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벅찬 게 사진이다. 사진이 여러분에게 요구하는 건 하나다. 기회가 주어졌으니 "너의 진실을 보여줘"라고- P232
자연조명은 이토록 다양한 햇빛의 효과를 사진에 담게 해준다. 평소 햇빛을 유심히 관찰하고 상태를 파악하는 정도면 충분히 써먹을 수 있다.
햇빛을 받은 사물의 표정은 너무도 다채롭고 풍부하다. 원하는 장면에 자연의 빛이 연출하는 미세한 변화와 떨림을 얼마든지 끌어들일 수 있다. 가장 완벽한 조명 장비인 햇빛은 이토록 유용하지만 단 한 푼의 돈도 들지않는다.
햇빛의 효과를 잘 아는 듯해도 사진에 적용하려면 연습의 시간이 필요하다. 더 나은 사진을 찍고 싶은 열망이 있다면 꼭 한 번 연습해보기 바란다. 특별한 장소나 별도의 준비도 필요 없다. 아무리 귀찮게 해도 투정 부리지 않고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는 태양만 있으면 된다.
해가 화사하게 비치는 날, 한나절 정도의 시간을 내기 바란다. 카메라는 가지고 있을 것이고 좋아하는 사람이 모델이 되어준다면 더욱 좋다. 찍힌 사진의 결과를 기뻐해주고 사랑도 키워갈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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