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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IT DE L'ENFER
 전출처 : iggy > 종교적 실천으로서의 자본주의

맑시즘의 경제결정론이 위세를 떨치던 당시의 독일에서 베버의 이 책은 그러한 일변도의 흐름에 대한 대안적 방법으로도 그 의미가 깊다.

사실, 욕망에 의해서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본다면 '금욕'과 '근면'으로 자본주의의 성립을 분석하려는 베버의 주장은 다소 아리송해 보일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베버는 이 책의 말미에서 이미 그러한 윤리 덕목(금욕과 근면)으로 성립된 자본주의는 그것들을 탈피하여 스포츠적인 경쟁적 열정에 부합되는 경향을 지적하고 있다. 소명으로서의 직업이행이나 부의 추구가 이룩해놓은 자본주의가 기계적 강제와 단순 반복에 의해 유지되면서 자본주의 시대의 인간은 '정신없는 전문가' '가슴없는 향락자'가 되리라는 전언을 베버는 덧붙인다. 

 베버의 주장을 아주 단순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자본주의의 현재 양상이라 할 수 있는 부 자체에 대한 추구는 오히려 자본주의 성립에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 오히려 프로테스탄티즘의 특징인 종교윤리의 세속적 일상에의 확대적용이 신에 충실한 자본가와 노동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칼뱅주의의 예정설은 종교윤리의 세속적 적용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는데, 그 논리란 '구원은 이미 정해져 있고, 때문에 자신의 구원에 대한 확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세속적 룰과 종교영역의 룰은 분리될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구원에 대한 확신은 스스로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함을 그 소명으로 여기는 것을 통해서 행해진다.

여하튼 베버의 논의는 독특하고 흥미롭다. 해설에서는 이 책이 다원주의적 역사연구의 한 방법론과 조화로운 인식에 그 가치를 가진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책의 말미에 베버는 이 책의 논의가 단순히 맑시즘의 유물론적 역사해석을 대체하는 관념론적 역사해석으로 대체하려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다른 여러 논의점들을 던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베버는 당시의 흐름에 꽤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만큼 이 책의 논의는 확신에 차있는 어조이면서도 그 근거는 구체적이기보다는 추상적이다.

또 이 책의 해설이 기막히게 명쾌한 바, 아무래도 다른 번역본에서는 이 해설이 실려 있지 않을 듯 하므로 문예출판사의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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