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윤리 교과서에 성선설과 성악설이 나왔을 때 한참이나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감정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천사처럼 착한 아이들이 세상을 살면서 악함을 겹겹이 쌓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인생이라는 것을 살다 보니
늘 착하게 살라는 가르침뿐인데
배우지도 않은 나쁜 것들은 어디서 찾아와 내 마음에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오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레이디 수잔이 영악하고 못된 여자라고 꾸짖을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녀와 같은 얕은 수작을 부린 적이 있으니까.
내가 아주 잘 아는 누군가가 흠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버젓이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을 어쩌지 못해 함께 연정을 품은 적도,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고 있다는 게 두려워서 얼버무리며 진실을 왜곡해버린 적도,
이성에게 환심을 사기 위한 앙큼하고 오묘한 눈짓을 보낸 적도,
나도 당신에게도 분명히 있는 순간이다.
때문에 그녀의 어디까지 만큼이 용인할 수 있는 여우이고
어디부터가 발칙하고 못된 부분의 시작인지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강산이 변한다는 시절을 두 바퀴가 돌만큼 옛 시절에
따박따박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조차 되바라진 여자라고 했던 그 시기에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당돌하게 표현했던
심장을 요동치게 하던 미스터 다아시를 만들어냈던
한 천재적인 여성작가에게 감탄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