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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바라보는자님의 서재
  • 아가미
  • 구병모
  • 9,000원 (10%500)
  • 2011-03-30
  • : 3,946

 

 기본적으로 글에 대한 몽환적인 감수성이 녹아 있는 작품이었다. 흔히 차용하는 물에 대한

소재가 아가미를 가지고 있는 남자와 함께 흘러내린다. 구병모 작가의 장점은 가독성이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아가미를 읽으면서 나는 좀 어리둥절했다. 소설가에게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처음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작이라 하고 싶은 말도 많았을 테고, 담고 싶었던 말도 많았을 텐데, 나는 그녀의 아가미와 같이 호흡하지 못했다.

  

어릴 때의 곤이 겪은 그의 가족들(?)은 세상 속에서 살면서  타인에게 듣는 그의 가족들과 영 다른 인상을 준다. 만약 곤이 아쉬움을 느끼거나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 있다면 그들 사이의 좀 더 끈끈한 무엇인가가 보여졌어야만 했다. 그런데 그게 없었다. 그냥 아, 사실은 그들은 너를 사랑했어, 그 척박한 환경 속에서 너를 데리고 살아 주었고, 너의 아가미에 대해 함구했고, 심지어 그의 어머니의 살인 현장에 있던 너를 빼내 주기까지 했지!  그런데 넌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너만 아팠던 게 아니야.  

 

 강하는 왜 곤을 사랑하고 그에게 애정을 주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냥 같이 살았고 강하가 곤의 이름을 지어 주었기 때문에, 그의 드러나지 않은 애정이 그렇게라도 표현되었다? 나는 그가 곤을 괴롭히다가 그 집에 붙어 있지 않은 남자로 나오는 것으로, 그러니까 단역으로밖에 생각이 되지 않았다.

후에 해류를 만나고서도 강하의 변신은 지금까지 보여지던 사람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결국 소설은 감정의 폭발을 일으키기에 무엇인가가 부족하고 어느 한 부분의 챕터가 빠졌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매끄럽게 흘러나가는 강이기를 바랐는데, 강에 무슨 돌맹이와 흙덩이가 많은지 자꾸만 나는 흙먼지를 들이 마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뭔지 모를 아쉬움이 자꾸 책을 뒤적거리게 만든다. 좀 더 이랬으면, 좀 더 그랬으면.

 

 아쉬움이 남는 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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