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을 쓰기 시작하고 있는 오늘(3월 21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시의 날"이라고 한다. 이는 시적 표현을 통해 언어의 다양성이 증진되도록 지원하고, 위험에 처한 언어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유네스코가 바라는 목표이다. 시적 표현은 일상어와는 다른 절제된 맛과 멋이 있기에 언어의 다양성을 아름답게 잘 드러내준다.
어린시절에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어서 집에 굴러다니던 책들을 하나 하나 읽어내며 심심함을 달래던 나는 그 책들 중에서도 시집이 꽤나 매력적이었다. 그 중에는 워즈워스의 "무지개"라든지,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구르몽의 "낙엽"과 같은 영미시를 모아둔 시집도 있었고, 김소월의 "산유화", 정지용의 "향수", 윤동주의 "서시" 등이 담긴 한국시집도 있었다. 아직 시를 배운 적은 없지만 그 함축적, 비유적인 언어표현이 꽤나 마음 설레게했다. 그리고 작가들마다 특유의 문체나 분위기, 자주 다루는 주제가 있다는 것도 어렴풋이 느끼며 내 나름의 감상을 시도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국어시간에 시를 감상하는 것은 나름 친숙하고 즐거웠고 자연히 나는 모든 사람이 이처럼 시에 대한 애정과 향수가 있으리라 여겼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어느 순간 알게 되었고, 내 아이들이 문학 중에서도 시를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서 또 한번 인정하게되었다. 그러면서도 그 이유가 시를 시답게, 시간을 들여 음미해보지 못해서일거라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 여유로운 음미의 시간을 통해 터득할 수 있는 시 감상법을 효과적으로 터득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가이드가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일단 시를 통해 드러난 시적 화자의 기질과 성향을 파악하면서 MBTI로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MBTI는 남녀노소 모두의 화제인 터라 청소년들이 시적화자를 친근하게 이해하기에는 아주 효과적인 도구가 되어준다.
"특히 시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시속 화자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시를 분석하기 전에 화자를 소개받는다고 생각하세요. 모든 시에는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화자가 존재합니다. 시 속 화자는 시인의 가장 뜨거운 진심이 투영된 존재입니다. ... 친구의 MBTI를 궁금해하듯 화자를 대한다면 어느새 그토록 어려웠던 시는 여러분의 친구가 건네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거예요. " - 이현실, 남상욱-


전체적인 구성은 시 원문과 그 시의 전체적인 감상, 그리고 화자의 MBTI에 근거하여 작품의 특징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해준다. 그리고 시 속 <어휘>에 대한 부연설명을 통해 시에서 그 어휘가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를 알려준다. 이 부분도 매우 유용한 것 같다. 그리고 이어서 <핵심 포인트> 코너에서는 이 시에 나타난 표현방식과 문학개념이 잘 정리되어있다. 그리고 함께 읽으면 좋을 시들이 소개되어 있고 마지막으로 이 시를 감상하며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활동들이 실려있어서 여러모로 유용한 내용이 많다.
이 책에는 윤동주의 시가 2편이 실려있다. 하나는 "자화상"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길"이다. 그런데 "자화상"의 화자는 INFP로 분류되어 있지만 "새로운 길"의 화자는 INFJ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새로웠다. 같은 시인이 쓴 시라 해도 그 시에 드러난 시적 화자의 성향이나 태도가 다를 수 있다는 당연한 개념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자화상"의 화자: 도덕적 책임감과 내면의 진실함을 추구하는 INFP형 화자
"새로운 길"의 화자: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꿈꾸는 세상을 행해 나아가는 INFJ형 화자


이 책은 시를 감상할 때에 주제나 문학적 개념을 무작정 주입하기에 앞서 시 안에 살아있는 <시적 화자>의 존재를 먼저 주목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문학 감상 가이드인 것 같다. 시 감상이 어렵거나 시적 화자의 개념이 친숙하지않은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