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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의 서재
  • 최소한의 품격
  • 김기석
  • 18,000원 (10%1,000)
  • 2025-03-27
  • : 2,871


평소 이따금씩 챙겨 보던 유튜브 채널 중 <잘 믿고 잘 사는 법>이라는 채널이 있다. 이 채널을 통해 처음으로 김기석 목사님을 접하게 되었다. 나직하지만 말씀하시는 것이 귀에 잘 들어왔고 사용하시는 어휘가 품위있고, 생각하시는 품이 참 너른 분이라 생각했다. 조용하지만 확신있고, 따스하지만 옳은 것을 잘 일러주시곤 했다. 그렇게 만나 책을 찾아보며 알게 된 저자가 이번에 새로운 책을 내신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냉큼 가져오게 되었다.


제목이 <최소한의 품격>이어서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2021년부터 현재까지 저자가 국민일보, 경향신문, 월간에세이에 게재하신 칼럼을 주제별로 분류해서 재구성한 책이라고 한다. 국민일보는 기독교재단 신문이지만 나머지는 일반 신문이요 잡지이기에 글의 독자는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편안하게 읽고 사유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글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시대의 한 어른, 마음 따스하고 지혜와 연륜이 있는 스승과 같은 분이 현시대의 여러 아픔과 혼돈에 대한 소회를 잔잔히 나누어주시는 글들이다. 

읽어가다보면 정갈한 문장과 섬세하면서도 격조있는 어휘가 저자의 학문적 높이와 인격적 깊이를 가늠해볼 수 있게 하곤 한다. 새롭고 매력적인 한글 어휘도 종종 만나게 되어 국어사전을 찾아보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굳이 찾지않더라도 의미파악은 되지만 고운 우리말 어휘를 알아가는 재미를 즐겼던 것 같다.


그 중 몇 문장을 기록해 본다.


p. 40.

세상은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절망감을 심어주지만 보짱이 센 사람들은 절망조차 희망의 디딤돌로 삼는다.

*보짱 : 마음속에 품은 꿋꿋한 생각이나 요량.



p. 41.

실패와 고통을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심연의 가장자리로 떠밀려도 명랑함을 잃지않는 검질김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검질기다 : 성질이나 행동이 몹시 끈덕지고 질기다.



p. 55.

무릇 살아있는 것은 부드럽고 죽은 것은 딱딱하다. 살아있는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만 고사목은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림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대립되는 세계와의 만남이 조성하는 긴장감 속에 머물 때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고 정신의 탄력이 증대된다.

*고사목: 말라서 죽어 버린 나무.



p. 160.

좋은 사람이 되기를 꿈꾸다가 이런저런 장애물을 만나 시르죽은 이들을 볼 때마다 안쓰러움을 느낀다. 좋은 사람으로 자기를 이미지화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 이미지가 영혼의 덫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르죽다: 기운을 차리지 못하다. 기를 펴지 못하다.



신문에 실린 칼럼이기에 글 한편의 길이가 길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하나씩 읽어나가며 곱씹어보기 좋은 글, 생각해볼 만한 글들이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필사하여 간직하고싶은 문장, 문단들이 많아서 필사할 만한 좋은 책을 찾는 분들이 있다면 적극 추천해주고싶다. 또 쉬엄쉬엄 읽어가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을 넓히고, 염세주의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도 추천하는 바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두 문단을 소개하고 서평을 마쳐야겠다.


p. 143.

지금은 전환의 시대다. 전환의 시대는 기존의 중심을 해체하고 새로운 중심을 구성해야 한다. 에고ego중심의 세상에서 에코ecology 중심의 세상으로, 탐진치 삼독이 제도화된 탐욕greed의 세상을 넘어 생명이 중심이 되는 녹색 세상green으로, 적대hostility의 세상에서 환대hospitality의 세상으로, 고립solitary의 세상에서 연대solidarity의 세상으로 이행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큰 과제다.

*탐진치: (貪瞋癡): 탐욕(貪慾)과 진에(瞋恚)와 우치(愚癡), 곧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 이 세 가지 번뇌는 깨달음에 이르는 데 장애가 되므로 삼독(三毒)이라 함.



p. 273.

동서양철학을 회통하며 성서의 심오한 의미를 풀어주던 김홍호 목사님은 스승을 가리켜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사람으로 하여금 자꾸자꾸 자라게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스승은 삶에 대한 뚜렷한 자세를 가진 사람이요, 자기를 이긴 사람이요, 스스로 산이 된 사람이라는 것이다. "산이 있으면 사람은 혼자 올라갑니다. 그 존재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저절로 남을 오르게 합니다. 있음 그자체로 모든 것을 하는 사람이 스승이다. 스승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인생의 비극이라면 비극일 것이다. 바라보고 본으로 삼아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할 때 삶은 빈곤해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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