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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의 서재
  • 내가 사랑한 화가들
  • 정우철
  • 18,000원 (10%1,000)
  • 2024-11-06
  • : 6,569



정우철 도슨트를 알게 된 건 EBS 클래스e에서 진행하던 <미술극장>을 통해서였다. 쉽고 편안하면서도 세련되게 화가의 삶과 작품을 이야기로 엮어주던 그의 해설이 참 매력적이었다. 미술작품에 대해 머리로는 알되 마음으로는 그닥 동하지 않아서 다소 무심했던 내가 미술관에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까지 이르도록 유혹한 최초의 도슨트인 셈이다. 덕분에 그가 추천하는 몇몇 전시회도 다녀왔다. 그래서 "전시회의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그의 별명이 이내 공감, 수긍 되어버린다. 그만큼 그의 해설은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더해주어서 관람객으로하여금 빠져들게하는 매력이 있다. 전시회의 피리부는 사나이 정우철 도슨트의 저서들 중에서 단연 가장 사랑받는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그의 다른 저서들과 더불어 집에 이미 소장하고 있지만 이번 개정판의 표지가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또 다시 손을 내밀고 말았다. 표지부터 벌써 마음이 훈훈해지는 마법의 책.


"그림은 화가의 언어입니다. 화가가 살면서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에 따라 그의 언어는 달라집니다. ... 그들의 인생을 따라가는 것은 어쩌면 그 화가의 언어를 배우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 프롤로그 중에서

정우철 도슨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서 화가들의 언어를 조금이나마 배우고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에서도 한 뼘 자라게 된 것 같다. 또 이 책을 통해 케테 콜비츠나 알폰스 무하, 베르나르 뷔페를 알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화가들의 삶을 다정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해주고 또 아직은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좋은 화가들에 대해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있다.


1장 사랑, 오직 이 한 가지를 추구했던 화가들

유한한 삶에서 변치 않는 사랑을 바랐던 마르크 샤갈

색채의 혁명가, 야수파의 창시자 앙리 마티스

매 순간 불타올랐던 보헤미안 예술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민족을 위해 그림을 그렸던 프라하의 영웅 알폰스 무하


2장 자존,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모든 시련을 감수한 화가들

고통으로 그려낸 의지의 얼굴 프리다 칼로

과거와 현대를 동시에 간직한 모순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물랭루주의 밤을 사랑한 파리의 작은 거인 툴루즈 로트레크

자신만의 시선으로 현실과 투쟁을 기록한 케테 콜비츠


3장 배반, 세상의 냉대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화가들

원시의 색을 찾기 위해 인생을 걸었던 폴 고갱

죽음으로 물든 파리의 민낯까지 사랑한 베르나르 뷔페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본 비운의 천재 나르시시스트 에곤 실레


사랑/ 자존/ 배반이라는 3가지 테마로 구성된 화가들의 삶 가운데 나에게 가장 인상깊게 남은 부분은 케테 콜비츠의 작품들이다. 케테 콜비츠는 전쟁과 죽음, 상실과 가난 등 현실의 고통을 그에 가장 잘 어울리는 판화로 묵직하면서도 생생하게 표현해낸다. 판화로 표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느껴질 법도 한데 그의 작품은 깊은 우물 같아서 쓰라린 아픔, 호된 질책과 더불어 위로와 희망을 퍼올리게 한다. 예술의 목적이 그저 아름다움의 추구에만 있다면 대중의 공감을 얻어내고 오래도록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그래서 콜비츠는 억압당하는 약자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을 통해 전쟁을 반대하고 억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전쟁을 통해 아들과 손자를 잃은 어머니인 콜비츠에게 예술은 적극적인 사회 참여이자 반전운동이었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공감과 위로였다.


뷔페 신드롬을 일으킬만큼 인기를 누렸던 베르나르 뷔페 또한 전후 프랑스인들의 피폐한 내면을 그림으로써 대변해준 화가이다. "구상의 왕자"로 불리는 뷔페는 직선의 사용에 능숙했고 세상을 직선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렇게 표현된 그의 작품들은 쓸쓸하고 공허하기가 마치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파리의 민낯과 같았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을 것이다. 폭발적인 인기가 사그러들고 평론가들의 질투와 터무니없는 비판의 시기를 지나면서 뷔페는 이또한 그림을 통해 표현했고, 말년에 파킨슨 병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오자 죽음에 대한 작품 24점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뷔페의 작품은 쓸쓸하면서도 조금의 따뜻함, 연민이 묻어나는 것 같다.

노년에 그의 아내 아나벨이 왜 평론가들의 비난에 반박하지 않았냐고 질문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럴 필요가 없었어. 나를 향한 비난이 나를 더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시켜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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