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 문장 가운데 촌철살인
자유인 2026/05/3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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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곡미풍
- 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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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6-05-19
: 19,570
<산곡미풍>
중국 작가 위화의 에세이집이다. 84년에 쓴 글부터 2024년에 쓴 글까지 그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잔잔하고 스며드는 듯한 문장이었다.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허삼관 매혈기>를 읽으며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처럼 담담함에서 오는 처량함과 특별하지 않은 범부의 삶이 주는 일상성, 평범의 숭고를 느꼈다. 내가 아는 누군가의 이야기 같아서 속절없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그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소주 한 잔 걸치고 업에 지쳐 실없는 소리를 하는 동네 아저씨를 보는 것 같았다.
이런 글을 쓰는 작가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했는데 부모님 두 분 다 의사였고 본인도 전업 작가가 되기 전 5년간 치과의사였다. 1960년생인 작가가 살았던 때와 지금의 중국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잘 몰랐던 중국의 세월을 글에서 간간히 볼 수 있어서 신선했다.
특히 아들의 탄생, 아들과의 에피소드는 아버지로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는 벅참과 부담감이 함께 몰려든 순간, 아들의 그림자마저 귀중하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잘 드러났다. 아들도 아버지를 닮아 표현력이 남달았고 위트 있었다.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았다. 음악을 좋아하는 하루키가 떠올랐다. 하루키의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위화의 에세이도 군더더기가 없고 솔직하며 담담해서 참 좋다. 에세이집이 더 나오면 좋겠다.
*나는 말했다. "저는 자주 화내고 분노합니다. 이렇게 해야만 엉망이고 음침한 감정을 분출할 수가 있고, 그래야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거든요."
*아들은 아직 세 돌도 안 되었지만, 아들에게 그의 아비란 이미 구시대의 산물이다.
*하루는 그가 진지하게 이렇게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 자기가 큰 피해를 입는다면서 비유를 들어 말했다. "리모컨으로 딸깍해서 티브이를 끄는 것처럼, 아빠는 딸깍해서 내 생명을 끄는 거예요."
*열 살에 2000년을 내다보았을 때는 정말 사치 같았다. 그러나 지금 열 살 무렵을 뒤돌아보면 너무나도 서글프다. 이건 시간이 우리에게 가하는 박해다. 같은 거리지만 내다볼 때는 그렇게나 길더니, 뒤돌아볼 때는 이렇게나 짧다.
*양손을 맞 잡으면 마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악수하는 느낌이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그의 웃음소리가 내 기억 속에서 울릴 때마다 나는 삶의 굳건함에, 삶이 슬픔에서 기쁨 을 잘라내 편집할 수 있음에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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