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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님의 서재
  • 의사의 딜레마
  • 조지 버나드 쇼
  • 16,200원 (10%900)
  • 2025-01-20
  • : 80

질병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환자-의사 관계를 꼽기도 합니다. 환자와 의사가 서로 신뢰하는 관계였을 때 완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거래관계로 이해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환자가 제 역할은 다하지 않으면서 의사는 최선을 다해달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사 입장에서도 환자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 한계를 두는 경향이 생기고 심지어는 방어적으로 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의사의 곤궁한 상황’이 생기는 것입니다.


최근의 그런 경향 때문에, 그리고 버나드 쇼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읽어본 <의사의 딜레마>입니다. <의사의 딜레마>는 1906년에 초연된 동명의 희곡과 2011년에 쓴 ‘의사들에 관한 서문’이라는 제목의 수필 48꼭지를 담았습니다. 희곡 ‘의사의 딜레마’는 쇼가 콘월의 메비지시에 머물 때 세인트 메리 병원에서 저명한 외과의사 암로스 라이트 경을 만났을 때 있었던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당시 조수 한 명이 암로스 라이트 경에게 다가오더니, 새로운 옵소닌 치료법을 적용할 환자 모집단에 결핵 환자 한 명만 더 받아주면 안 되겠냐고 물었습니다. 치료할 수 있는 환자의 수는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암로스 라이트 경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입니까?”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치료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어떤 요소가 중시되는가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연극의 주요 인물로 6명의 의사와, 타락한 화가 루이스 두비댓과 그의 매력적인 부인 제니퍼 두비댓이 등장합니다. 먼저 콜렌조 리전(콜리 경)은 창작의 계기를 열어준 암로스 라이트 경을 모델로 한 의사로서, 옵소닌을 발견한 공로로 극의 앞부분에서 기사작위를 받게 됩니다. 그가 개발한 옵소닌 치료는 아직은 대량생산되지 않은 상태로 이미 정해진 환자들에 추가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는 한 명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때 새로운 환자가 두 명이 등장합니다. 화가 루이스와, 리전의 동료 의사입니다. 화가는 뛰어난 예술가이지만 도덕적으로는 타락한 반면, 동료는 도덕적으론 나무랄 데가 없지만 의사로선 무능합니다. 도대체 누굴 살리는 게 더 나으냐가 리전이 당면한 곤궁한 상황입니다.


‘의사들에 관한 서문’이라는 수필모음은 쇼가 희곡을 구실 삼아 쓴 48개의 수필로 구성되었습니다. 수필의 내용은 의료윤리와 공중보건, 생체실험의 폐해, 통계적 착각, 의료의 상업화, 약물과 수술의 오남용, 의사의 미덕과 고충 등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있습니다. 작가가 이 작품을 쓸 당시는 20세기가 열릴 무렵입니다. 작가는 수필을 통하여 당시 영국 사회의 의료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았는지를 낱낱이 짚어내고 있습니다.


물론 100년도 넘은 그때의 문제점 가운데 적지 않은 점들이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은 문제도 있고, 새롭게 등장한 문제들도 있습니다. 특히 보건의료체계를 국가가 관리하게 되면서 의학과 의료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관리자 집단이 정책의 방향을 주도하면서 현실을 외면하고 이상을 추구해온 까닭에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도 많습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의 붕괴를 가져왔던 사건이 대표적인 새로운 문제점입니다. 필수의료 담당의의 수급부족을 단순히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채울 수 있다는 단순무식한 정책결정이 가져올 파국을 예견한 의료계의 집단반발을 구태의연하게 해왔던 집단 이기주의로 몰면서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면서 버틴 정책당국의 문제는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의료대란이 마무리되는 것으로 일단 수습은 되었습니다만, 필수의료의 붕괴는 머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돌아가는 사정을 짐작하는 의료계 인사들의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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