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서 독후감을 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일본근대문학기행을 다녀온 여행기 <설국을 가다>를 준비하느라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의 독후감을 먼저 써야 했기 때문입니다. <설국을 가다>의 마지막 교정까지 마치고서야 시간 여유도 조금 생겼다. 중국근대문학기행을 떠날 날도 가까워지고 있어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루쉰, 길 없는 대지>는 20여년간 각자의 방식대로 루쉰을 공부해온 필자들이 의기투합하여 시작한 새로운 방식의 루쉰 평전입니다. 루쉰이 살았던 장소를 찾아가는 한편 그의 작품들을 연대기에 따라 살펴보는 방식입니다.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 루쉰 온 더 로드은 루쉰의 족적이 남은 장소를 필자별로 나누어 방문한 기록입니다. 2부 라이팅 온 더 로드는 루쉰의 작품들을 연대기 순으로, 역시 필자별로 나누어 정리한 기록입니다.
머리말에서 언급한 대로, “우리는 루쉰과 생생하게 ‘마주치고’ 싶었을 뿐이다. 그가 머물렀던 곳에 가서 그곳의 하늘과 대지를 음미하고, 그의 사상과 말, 행동을 재연해 보고,(1부에 해당하는 듯) 그의 텍스트를 우리 멋대로 변환해 보고,(2부에 해당하는 듯) 그를 빙자하여 길 위에서 낯선 이들과 접속해보고… 그렇게 그와 우리 사이에서 새로운 신체성, 새로운 관계가 탄생되는 과정을 즐기고 싶었을 뿐이다.(8쪽)”라고 했습니다.
10월에 떠나는 펀트래블의 중국근대문학기행에서도 베이징과 상하이 등을 찾아 대표적인 중국근대작가 루쉰, 라오서, 마오둔의 족적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 책은 중국근대문학기행에서 루쉰의 행적과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펀트래블의 중국근대문학기행을 함께 하는 이유는 1월에 다녀온 일본근대문학기행과 마찬가지로 내년에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양기화의 Book소리-세계여행>에서 중국과 일본의 작가들을 소개하기 위한 취재여행인 셈입니다. 아마도 라오서의 작품과 베이징을, 루쉰의 작품과 상하이를 연결하지 싶습니다.
중국근대문학기행이 예고되면서부터 세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일본근대문학기행을 준비할 때보다는 시간 여유가 많아서 미리 읽은 작품이 적지 않습니다. 루쉰의 작품으로는 <새로 쓴 옛날 이야기>, <아Q정전과 광인일기>, <부엉이의 불길한 말> 등을, 라오서의 작품으로는 <마씨 부자>, <낙타 샹즈>, <찻집>, <고양이 행성의 기록>등을 읽었는데, 마오둔의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여행을 다녀와서는 더 읽어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루쉰의 경우는 그의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전집이 나와있고, 루쉰의 연구서도 적지 않게 나와있어서 읽어야 할 책들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루쉰, 라오서, 마오둔 등에 대하여 깊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 섣부르게 이야기를 할 계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근대중국의 세 작가들의 행적과 작품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근대일본의 사회적 배경과 전혀 다른 탓인지 문학작품의 성격도 사뭇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태평양전쟁을 벌이기 이전의 일본의 경우는 사회적으로 안정되었던 탓인지 문학의 사조가 다양하게 발전해왔지만, 근대 시기의 중국의 경우 서구열강의 압박을 받는 와중에 청나라가 무너지면서 새로이 근대 정부가 성립되는 과정에서 국공대립의 혼란을 겪어야 했기 때문에 문학의 사조 역시 다양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격동기를 살아가면서 뒤떨어진 인민들을 계몽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작품활동을 했던 루쉰의 삶과 작품활동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근대문학의 실태에도 관심이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