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처음처럼님의 서재
  • 미술관에 간 만화미학자
  • 박세현
  • 16,200원 (10%900)
  • 2025-04-28
  • : 131

제목이 독특하여 읽게 된 책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만화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런 만화를 미학적으로 분석한다는 만화 미학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미술관에 간 만화미학자>를 쓴 작가에 따르면 2만9천 년-3만2천 년 전에 그려진 프랑스 쇼베동굴벽화는 회화라기보다는 만화에 가깝다고 주장합니다. 목탄으로 사물의 윤곽을 그려낸 기법이 만화의 기법과 같다고 해서 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만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1항에는 “만화란 하나 또는 둘 이상의 구획된 공간에 실물 또는 상상의 세계를 가공하여 그림 또는 그림 및 문자를 통하여 표현한 저작물.”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키백과에 따르면 “만화의 기원은 만화의 정의에 따라 달라지는데, 15세기 유럽이 될 수도 있고, 멀게는 이집트 상형문자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컷과 그림 안의 말풍선을 가진 오늘날의 만화 형식 및 '만화'라는 단어 자체가 생겨난 것은 19세기 후반이다.”라고 합니다.


어떻든 만화 미학이라는 단어도 생소하여 찾아보았습니다. 일단 예스24에서 만화미학을 주제로 찾아보면 ‘만화미학’이라는 주제어가 들어가 있는 책은 6권으로 박세현, 백준기, 권경민 등 3명이 작가가 썼다고 되어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책으로는 2001년에 나온 백준기의 <만화 미학 탐문>인 것을 보면 역사가 그리 짧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술관에 간 만화미학자>가 만화의 미학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은 ‘미술을 삐딱하게 보는 어느 만화미학자의 이유 있는 궤변’라는 부제에 걸맞게, 똑같은 그림이라도 좀 다르게 보는 만화미학자의 미술 이야기를 담고 있다.(8쪽)”라고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기왕의 미학자들의 시선과는 다를 수 있는 만화미학자의 시선으로 해석해보겠다는 의욕을 보인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저자의 이런 시각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면서 미학과 미술이론을 공부하고, 졸업한 뒤에는 만화미학자로서 대학에서 미학과 예술사, 만화미학과 만화비평을 가르쳤던 경력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인 지금까지 읽어온 미학관련 책들에서는 보지 못했던 철학적 접근이 눈에 뜨였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천지창조: 천지창조의 원리는 수학이다?’는 “기원전 600년경 고대 그리스에는 다양한 학파가 존재했다. 그리스 철학자들에게 중요한 논쟁거리가 하나 있었다. 바로 ‘세상만물의 근원은 무엇일까?’였다.(10쪽)”로 시작합니다. 미학을 논하기 앞서 철학의 뿌리를 찾아간 셈입니다. 학문의 근원은 그리스 철학이라 할 수도 있으니 미학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 뿌리인 그리스 철학을 이야기하려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예술작품들의 상당수는 저도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었는데, 다만 관련이 있는 작품들을 서로 비교하여 관점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는 점은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미에 있는 참고문헌의 목록에는 64권의 책이 올라있는데, 자가 자신의 책 <만화미학 아는 척하기>가 유일하게 만화미학라는 주제를 다룬 것이었고, 외국 저자의 책들 역시 모두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되었다는 점이 눈에 뜨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 책을 번역해놓은 듯 중문으로 되어 있으면서 읽는 흐름이 끊어지는 듯한 대목도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책을 낼 때마다 글을 읽어가는 흐름이 부드럽지 못한 대목은 꼭 손을 보아야 합니다. 초고를 다듬어 최종고를 만들어 출판사에 보내서 판을 짠 다음에도 몇 차례의 교정을 보는 동안 거슬리는 대목이 끊임없이 눈에 띄기 때문에 편집자의 눈치를 보아야 합니다.


이야기를 끝내기 전에 꼭 짚고 싶은 대목은 ‘14. 나르시시즘: 나는 대체 누구인가’에서 인용한 프리다 칼로의 <두 명의 프리다>에 대한 설명입니다. “두 프리다의 심장이 동맥으로 연결되어 있고, 흰 드레스를 입은 프리다의 손에는 가위가 들려 있는데, 끊어진 동맥에서 떨어지는 피가 흰 치마를 적신다.(183쪽)”라고 합니다. 하지만 흰옷의 프리다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가위가 아니라 혈관의 출혈을 잡는 지혈감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가위로 동맥을 끊은 것이 아니라 끊어져 피를 쏟고 있는 동맥을 찝어서 지혈을 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