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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님의 서재
  • 현존의 아름다움
  • 최광진
  • 22,500원 (10%1,250)
  • 2025-03-15
  • : 1,158

한국의 고미술품을 대상으로 미학적으로 해석한 책들은 적지 않게 읽었습니다만, 최광진교수의 책은 처음 읽었습니다. 저가는 여는 글에서 한국의 미학을 천착해온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민족 마다의 문화적 정체성이 있듯이 우리나라도 역시 나름의 문화적 정체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미학에 대한 그의 천착은 <한국의 미학>에서 시작하여 <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1: 신명>, <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1: 해학>, <기교 너머의 아름다움>을 거쳐 <현존의 아름다움에서 마무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서양, 중국, 일본과의 다름을 논하다’는 부제가 붙은 <한국의 미학>에서 각각의 문화적 정체성을 ‘문화의지’라고 전제하면서, 서양의 문화의지는 근본적으로 분화적이고, 동양은 통합적이라는 사실에 도달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통합적인 동양의 경우도 대륙국가인 중국은 자기를 중심으로 확장하며 통합하려는 ‘동화의지’가 강하고, 해양 국가인 일본은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조직화하려는 ‘응축의지’가 발달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반도국가인 한국은 대립적인 것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접화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태극처럼 하늘과 땅의 대립을 조화시키는 점화의지는 신명, 해학, 소박, 평온이라는 4대 미의식으로 발현되었다고 주장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4대 미의식에 대한 설명을 보면, ‘신명’은 현실에서 비롯된 한과 역경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인의 가장 뿌리 깊은 미의식이고, ‘해학’은 부조리한 현실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낙천적인 미의식이라 했으며, ‘소박’은 한국인 특유의 자연 친화적인 세계관이 반영된 미의식이며, ‘평온’은 세속적 풍파에 휩쓸리지 않고 고요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명상적인 미의식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전작들을 읽어보지 않았기에 다른 주제에 대한 설명은 아직 미지의 영역입니다만, 저자가 여는글에서 정리해놓은 이 책의 구성을 보면 먼저 서장에서 평온의 개념을 정의하고, 이와 같은 정의에 적용한 방법론을 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고대 불교조각, 고려의 불교회화, 조헌의 문인화를 거쳐 현대미술에서 평온의 미의식이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고 합니다.


4가지 주제는 우리나라의 미술품은 물론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각국의 미술품은 물론 유럽의 것까지 아우르고 있을 뿐 아니라 유사한 형식의 조각이나 회화 등 다양한 예술품을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고대 불교조각의 평온미를 설명하기 위하여 인도,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의 반가사유상을 비교하면서 뒤러, 미켈란젤로, 다 빈치의 회화작품 로댕의 조각을 비교합니다. 석굴암의 본존불 역시 인도의 간다라 불상, 중국 운강석굴의 대불, 일본 가마쿠라 대불과 비교하고 있어 국가별의 불상들이 가진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현존의 아름다움>에서 인용하고 있는 회화, 조각 작품들은 상당수가 이미 알고 있는 작품들인 까닭에 비교하는 설명들이 금세 와닿는 것 같습니다.


몇 군데 남겨놓고 싶은 대목을 옮겨놓자면, 김홍도의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의 화제는 두보의 시에서 따온 노년에 보는 꽃은 안개처럼 뿌옇게 보이는구나(老年花似霧中看)라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화제에 관한 시조를 남겼다고 합니다. “봄날 물가에 배를 띄워서 가는 대로 놓았더니 /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위에 물이로다 . / 이 와중에 늙은 이 눈에 보이는 꽃은 마치 안개 속 같구나.(208쪽)”라는 시조입니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유라시아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반도국가인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만나고, 이념적으로는 공산주의와 민주주의가 충돌하고 있는 접경지역이라는 지정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럴수록 평온이 요구된다고 하겠는데, 과거에 비하여 현대의 한국 예술작품들은 서양예술을 뒤쫓다 보니 한국적인 미학이 실종되어가고 있음을 아쉽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이 위기라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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