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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님의 서재
  • 키워드로 읽는 겐지 이야기
  • 일본고전독회 엮음
  • 27,550원 (5%1,450)
  • 2013-02-28
  • : 60

곧 출간하게 될 일본근대문학기행 <설국을 가다>를 쓰면서 1000년 무렵 발표된 일본의 고소설 <겐지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작품이 나왔을 때는 천황을 비롯한 황실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기몰이가 상당했을 뿐 아니라 최근까지도 일본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했습니다.


<겐지 이야기>는 1931년 육당 최남선에 의하여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고, 1938년에는 겐지 이야기가 실린 교과서(물론 일본어 교과서)를 들여와 조선의 아동들에게까지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보다는 일찍 영역본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1975년 처음 번역본이 나온 뒤로 모두 3종의 번역서가 출간되었습니다.


1980년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국내의 45개 대학에 일본어학과가 신설되면서 <겐지 이야기>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다고 합니다. <키워드로 읽는 겐지 이야기>는 일본고전독회에서 그간의 연구성과를 모아 책으로 엮어낸 것입니다. 25명의 연구진이 각각 맡은 주제를 논하였습니다.


5부로 구성된 <키워드로 읽는 겐지이야기>는 1부 작품해설에서는 <겐지 이야기> 전체의 줄거리와 배경을 소개하고, 작가인 무라사키시키부의 삶과 작품활동 그리고 동 시개에 가나를 사용하여 작품확동을 한 여류작가들과의 관계를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겐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신앙과 의례, 공간과 생활, 여성과 삶, 비평과 수용 등 4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분석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원본 <겐지 이야기>에 관한 내용에 우선 관심이 갔습니다. 1000년 무렵 일본에는 인쇄술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서 황실에서 만든 작품임에도 필사본을 돌려가며 읽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필사본은 황실에서 나온 것이라서 천년이 넘게 잘 보존되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필사본들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하는데, 크게 청표지본(靑表紙本), 가우치 본(河內本), 별본(別本) 등 세 계통ㅇ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전체 54첩으로 구성되며 200자 원고지로 치면 5천매가 넘는 대하소설인 셈입니다. 등장인물이 무려 500명이나 된다고 하며, 기리쓰보(桐壺) 천황으로부터 4대의 천황에 이르는 70년간의 세월을 통한 등장인물들의 부침을 다루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겐지(源氏)의 여성편력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젊어서 호색하던 그가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정을 준 여인들과 로쿠조인에 모여 살게 됩니다. 겐지의 여성 편력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았던 것으로 심지어는 천황의 정실부인을 강제로 범하여 임신을 시키기까지 했습니다. 여성편력이 두드러진 것은 카사노바를 닮았지만, 무모한 점은 카사노바와 다른 점입니다. 정부인과 연인들과 로쿠조인이라는 대저택에서 함께 사는 모습은 19세기에 남영록 쓴 우리의 고전소설 <옥루몽>을 연상케 합니다.


<겐지 이야기>에는 사계절과 황실의 의례, 귀족들의 의식주나 심리상태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적고 있어 당대의 일본 귀족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키워드로 읽는 겐지이야기>에서는 발해라는 단어가 20회 나온다고 했지만, 제가 읽은 제이앤씨 출판의 번역본에서는 기리쓰보 천황이 겐지의 운명을 발해에서 온 사신에게 물었다는 대목만 있을 뿐 나머지는 고려의 종이, 고려의 비단, 고려의 악기, 고려의 음악 등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발해는 일찍이 일본과 사신이 왕래하는 관계였지만, 고려의 경우는 정식으로 수교를 한 적이 없었고, 원의 일본정벌을 지원하면서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상인들이 오가며 교역을 했다고 합니다.


사가(嵯峨) 천황(재위 809년 - 823년)의 황자 미나모토노 토오루(源融)가 히카루 겐지의 본보기 중 한 명이며, 기리쓰보 천황 역시 가상의 인물로 60대 다이고(醍醐) 천황(재위 897년 – 930년)을 본보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발해(727년 – 926년)와 고려(918년 – 1392년)가 시대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볼 때 어긋나는 점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무라사키 시키부가 『겐지 이야기』를 쓴 것이 1000년 무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해 사신문제나 고려의 문물이 등장하는 부분을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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