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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님의 서재
  • 알츠하이머 기록자
  • 사이토 마사히코
  • 16,200원 (10%900)
  • 2025-04-04
  • : 506

치매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읽어오고 있습니다. 치매 환자가 쓴 투병기도 몇 종류 읽어보았습니다만, 치매 환자가 남긴 일기의 내용을 분석한 책으로는 <알츠하이머 기록자>가 처음입니다. 원제목은 <アルツハイマ-病になった母がみた世界>로 우리말로 옮기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어머니가 본 세계>입니다. ‘모든 바람이 다 이루어지리라곤 생각 않지만’이라는 부제는 일본의 전통 시가인 와카(和歌)를 짓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쓴 “모든 바람이 다 이루어지리라곤 생각 않지만 걸음만은 스스로 곧게 옮겨가기를”이라는 시에서 뽑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환자가 남긴 일기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치매를 전문으로 하는 아들이 어머니의 일기를 분석하고 어머니의 의무기록과 자신의 일기와 전자우편 등을 비교하여 어머니의 병세가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분석해놓았습니다. 저자는 치매를 전문으로 하는 정신의학과 의사입니다. 그런데 가족, 특히 어머니의 병세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객관적이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서문에 이런 대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환자도 의사가 외부에서 관찰해 객관적으로 기재한 증상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정신과 의사 역시 인지기능이나 정신의 이상에 혼란을 느끼고 불안을 껴안은 환자의 주관적 증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7쪽)”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알츠하이머형 인지증으로 진단받은 한 여성이 손상된 인지 기능을 통해 외부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느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주요 주제라고 했습니다.


선친께서도 일찍이 일기를 쓰셨는데, 작고하시기 전 언젠가의 시점에 끝나 있었습니다. 임종에 즈음할 무렵까지 치매를 의심할 만한 증상을 볼 수 없었는데, 함께 사시던 어머니께서는 치매가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저자의 모친께서는 67세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하여 87세까지 20년에 걸쳐 일기를 썼다고 합니다. 1924년생이니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쓴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자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성장’이라는 제목의 생애사를 쓰는 것으로 사후 준비작업은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 점에서는 저의 선친께서도 사세(辭世)라는 제목으로 삶을 요약하셨던 것과 닮았습니다.


저자 자당의 일기를 읽다 보면 ‘정말 열심히 살았고, 그 기록도 꼼꼼히 남겼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2005년부터인가 일주일 단위로 행적으로 정리하는 주간일기를 써왔습니다만, 2년반 전에 전립선암을 진단받으면서 하루의 행적을 적는 일기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그날그날의 감상은 아주 드물게 적고 있습니다. 앞서 쓴 독후감 역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일기를 바탕으로 한 책이었던 점을 보면 책읽기도 흐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치매환자가 힘들어하는 점은 최근의 일을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학습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젊어서 써오던 기기는 아직도 쉽게 쓸 수 있지만, 새롭게 나오는 기기는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입니다. 저 역시 새로운 장비를 만나면 일단 주춤거리게 돕니다. 그런데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인력을 줄이는 대신 기계로 그 업무를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인지기능이 떨어진 치매환자는 물론 노인들의 사회생활을 어렵게 하는 상황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저자의 장인께서 전립선암으로 치료받고 있는데 가정산소요법을 받고 있다는 기록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어떤 치료인지 알아보고 저도 받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역시 책읽기는 생각지도 못한 정보를 얻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자의 자당께서는 74세가 되었을 때 처음 작성한 유서를 주기적으로 보완했다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를 남기고, 장례절차 등을 어떻게 해달라고 하는 당부를 담은 것입니다. 저도 조만간 유서를 쓰고 정기적으로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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