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노르웨이 작가 크누트 함순에게 노벨문학상이 돌아가게 한 작품 <땅의 혜택>을 읽었습니다. “황야를 지나 숲으로 통하는 기나긴 길. 그 길을 낸 것은 누구였을까?”라는 의문으로 시작하는 <땅의 혜택>은 50대에 들어서 노르웨이의 북극권에 있는 노를란 지방에 농장을 구입하여 직접 경작하게 된 작가적 경험을 바탕으로 동토의 땅을 개척하는 농민들의 생활을 그려낸 일련의 작품들 가운데 마지막 작품입니다.
노를란은 노르웨이 중남부에서 태어난 작가가 3살 때 가족을 따라 이주한 곳이었습니다. 여름에는 백야가 겨울에는 암흑이 계속되는 그런 곳에서 성장하여 열네 살 때부터는 상점 점원, 제화공의 도제, 사무 보조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한 끝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열여덟에 단편 ‘수수께끼의 남자’를 발표했습니다. 두 차례에 걸쳐 미국을 다녀왔고, 31살 때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담은 <굶주림>을 발표하여 대대적인 관심을 끌게 되었습니다.
<땅의 혜택>은 마을에서도 몇 킬로미터 떨어진 황무지를 지나 숲이 시작되는 곳에 정착하여 삶을 개척하기 시작한 남자 이사크와 그의 아내 그리고 자녀들까지 2대에 걸친 삶을 그렸습니다. 낙엽과 썩은 나뭇가지가 수천 년간 쌓여 영양분을 가득 품은 부식토와 습지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이사크는 매일 일을 했습니다. 처음 시작한 일은 자작나무의 껍질을 벗겨 말린 뒤에 몇 킬로미터 떨어진 마을로 가져가 건축자재로 팔아 식량과 일용품 그리고 연장을 구해오다가 암염소 두 마리와 숫염소 한 마리를 사 옵니다.
가축이 생기게 되면서 혼자서 생활하는 것이 어렵게 됩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지나는 라플란드 사람들에게 하녀를 구하고 있다는 소문을 내달라고 합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오두막을 지었지만 힘든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서 밭을 일구고 감자를 심었을 때 그를 도와줄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소문을 들은 것인지 우연히 들른 것인지는 모르나 잉에르라고 하는 여자가 이사크를 도와주기로 한 것입니다.
그녀가 온 뒤로 외로운 남자 이사크의 삶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그녀는 이사크가 하는 일마다 크게 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만든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녀는 그저 이사크의 일손을 도와주는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친척에게 맡겨놓은 어미양 두 마리와 새끼양 몇 마리를 데려온 것입니다. 그리고 금뿔이라는 이름의 소까지. 가축이 늘어나자 이사크는 집을 늘려 지어야 했고, 겨울을 나기 위해 건초도 만들어야 했습니다. 겨울이 되기 전에 금뿔이는 송아지를 낳았고, 봄이 되기 전에는 잉에르가 아이를 낳았습니다.
처음에는 마을에서도 하루를 꼬박 가야 하는 황무지를 두 사람이 개척하는 동안 이웃에도 농장을 일구는 사람이 들어왔고, 가까운 곳에 광산이 개발되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사크와 잉에르의 가족도 아들과 딸이 생겨 성장하게 됩니다. 그 사이에 잉에르는 자신처럼 토순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감옥에 갇히는 일 말고는, 아니 잉에르가 한때 찾아드는 남자들에게 한눈을 판 적도 있기는 하지만 크게 굴곡이 없는 삶을 살아냅니다.
이사크의 가족들 가운데 작은 아들 시베르트는 아버지를 닮아서 땅을 일구는 삶에 만족을 합니다만, 큰 아들 엘레세우스는 전신주 공사를 하러 온 기사를 따라 도시로 나가면서 뜬구름처럼 살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미국으로 떠납니다. 마치 작가처럼 말입니다. 아마도 엘레세우스는 작가의 분신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까요? 이사크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게이슬레르가 이사크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준 것을 알게 된다면 말이지요. “자연은 자네와 자네 가족의 것이야. 인간과 자연은 서로 다투지 않고 서로 옳다고 인정해주며, 서로 경쟁하거나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 경주하는 대신 손을 잡고 가지. 자네들 셀란로 사람들은 그 한가운데 있으면서 번창하고 있어. 산과 숲, 늪지와 목초지, 하늘과 별. 아, 이 모든 것은 아끼면서 찔끔찔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차고 넘친다네.(4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