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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님의 서재
  • 그 후
  • 나쓰메 소세키
  • 11,700원 (10%650)
  • 2003-09-25
  • : 4,984

얼마 전 일본근대문학기행에서는 나쓰메 소세키의 산방을 둘러보는 일정도 있었습니다. 도쿄대학의 교정에서 산시로 연못을 돌아보는 일정이 있어 소세키의 <산시로(1908)>를 미리 읽었는데, <그 후(1909)>와 <문(1910)> 등 세 작품이 소세키 초기의 3부작이라고 했습니다. 3부작이라고 해서 산시로의 주인공의 삶을 시기별로 조명한 것인가 보다 싶었는데, 먼저 읽은 <문>의 주인공은 물론 이야기의 줄거리도 전혀 달랐습니다. 세 작품을 모두 읽고 보니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주인공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유별났다는 생각입니다.


남녀 사이의 사랑이야기는 동서고금을 통하여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어 왔으므로 일본의 근대문학에서도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나 봅니다. <산시로>의 경우는 대학에 갓 입학한 젊은이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다루었습니다. 마음에 두었던 여인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그 후>에서는 주인공 다이스케와 친구 히라오카는 또 다른 친구 스가누마의 여동생 미치요를 연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히라오카가 먼저 다이스케에게 고백을 하면서 미치요는 히라오카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다이스케가 두 사람의 결혼을 도와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결혼했던 히라오카는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신문사로 이직을 하게 되면서 미치요에게 소홀하게 됩니다. 미치요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게 된 다이스케는 미치요와 결혼을 하기로 합니다. 친구인 히라오카에게 상황을 설명해야 했습니다. 집에서 강요하는 결혼 상대를 거절해야 했습니다.


다이스케는 미치요와의 관계를 되돌리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늘의 뜻에 따르려면 인간의 법도를 어겨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이스케가 히라오카에게 미치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고백하였고, 결국 히라오카가 물러나기로 합니다. 다만 병중에 있는 미치요가 건강을 회복한 뒤에 정리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다이스케의 아버지에게 상황을 알리고 말았습니다. 아버지가 주선한 결혼을 거절한데가가 친구의 아내와 결혼하겠다고 나선 다이스케에게 절연하고 말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자 다이스케는 일자리 구하기에 나섰습니다.


다이스케의 노동관은 독특합니다. 교토-오사카 지역에 있는 은행의 지점에서 근무하던 히라오카가 도쿄로 전근하면서 다이스케를 찾아왔을 때, 부유한 아버지 덕에 직업도 없이 유유자적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히라오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일하는 것도 좋지만, 만일 이을 한다면 단지 생활만을 위한 일이어서야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없다. 모든 신성한 일이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빵과는 무관한 법(107쪽)”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먹고사는 것이 목적이고 일하는 것이 방편이라면, 먹고살기 쉽게 일하는 방법을 맞추어갈 것이 뻔하므로 성실하게 일에 매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미치요와 함께 하려면 일을 해야 하는 다이스케는 앞으로 어떤 일을 어떻게 해나가게 될까요? <그 후>라는 이야기의 제목은 연모하던 미치요가 어려운 지경에 빠지자 미치요의 삶을 되돌려 놓아야 하겠다고 나서는 다이스케의 모습을 그렸다고 할까요? 그보다는 지금부터 다이스케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이야기할 속편에 붙여야 할 제목이 아닐까요?


의절하겠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전하러 온 형이 돌아가자 다이스케는 “일자리를 알아보고 오겠다.(349쪽)”며 집을 나와 폭염으로 들끓는 거리로 나선 다이스케가 “타들어 간다. 타들어 가.”라고 중얼거리며 전차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 온 세상이 움직이는 느낌으로 머리도 어지럽게 돌기 시작합니다. 온통 새빨개진 세상이 그의 머릿속을 중심으로 뱅글뱅글 불길을 내뿜으며 회전합니다. 그리고 ‘다이스케는 머릿속에 다 타버릴 때까지 계속 전차를 타고 가겠노라고 결심했다.(350쪽)’라고 이야기의 끝을 맺었습니다. 이번에 읽고 있는 일본근대문학 작품들의 특징은 끝이 분명치 않은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열려있는 마무리인 것이지요. 후속편이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속편을 예고한 것이라기보다는 열린 결말로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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