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와 신스케의 <나쓰메 소세키 평전>은 조만간 떠나게 될 일본근대문학기행을 주관하는 펀트래블에서 출발을 앞두고 보내준 책입니다. 여행 중에 있을 로쟈 이현우선생의 강의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려는 뜻으로 보입니다.
근대일본문학을 전공한 가쿠슈인대학의 도가와 신스케 명예교수는 소세키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저술하기도 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소세키는 학교에서는 수재였고, 대학교수로서도 소설가로도 성공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평에 무관심하면서 주어진 현재의 직무에 충실하면서도, 안주하고 않고 느닷없이 뜻을 바꾸거나 심지어 직업을 바꾸기도 하는 독특한 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그가 어떤 생애를 어떻게 살았는지 상세히 짚어보고자 한다.’라고 했습니다.
여행을 앞두고 <나의 개인주의>를 비롯하여 <도련님> 등을 읽으면서 나쓰메 소세키의 삶과 작품의 분위기를 조금 익혀보았습니다만, <나쓰메 소세키 평전>을 통하여 출생으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소세키의 삶을 조명하고, 가족 및 교우관계 그리고 작품의 내용과 성격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소세키의 작품 대부분의 내용이 잘 요약되어 있는 것도 그의 작품을 읽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산시로>를 읽어볼 생각입니다.
‘불안한 성장과정’이라는 첫 번째 장에서 “그에게는 어떤 목적을 위해 오로지 어떤 일에 몰두하는 일면과, 그와 모순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진로를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일면이 병존한다.(20쪽)”라고 했는데 저의 삶을 돌이켜보면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의 강연록을 묶은 <나의 개인주의>를 읽으면서 개인주의란 자기본위로 생각한다는 개념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소세키의 개인주의는 ‘도의상의 개인주의’로서 타인과 자신을 동등하게 놓고 인정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상호주의’적 개인주의를 이야기하면서 비상시국이 아니라면 개인주의가 국가주의에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고 읽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군국주의가 자리잡아가던 당시 일본사회의 분위기에서는 쉽지 않은 이야기였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1900년 런던에 유학할 무렵의 편지를 보면 일본과 러시아가 무력을 행사하는 것에 반대를 분명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만주 지배에 대하여는 반대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 역시 일본인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런던에 유학 중이던 소세키가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는 러시아 쪽 새소식을 듣고는 “만약 전쟁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일본으로 직접 공격해가는 것은 결코 득책이 아닐 것이기 때문에 조선 땅에서 자웅을 겨루는 게 좋을 거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조선 입장에서는 엄청난 민폐일 거라고 생각했다.”라는 내용을 본국으로 보내는 편지에 적었다고 합니다.
당시 열강들의 눈에는 조선이라는 나라는 일본이 귀속되어 있는 땅으로 전쟁을 벌여도 된다고 생각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씁쓰레 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세키는 전쟁이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무력에 호소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러일전쟁의 승리로 호들갑을 떠는 일본 국내의 분위기조차 싫어했다고 합니다.
<나쓰메 소세키 평전>의 중반으로부터는 소세키의 첫 번째 작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부터 작품 소개가 시작됩니다. 작품의 성격은 물론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까지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해당 작품들을 읽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미 읽어본 <도련님>에서는 주인공이 의기에 투철하고 하녀 기요에게도 다정다감한 인물로 읽었는데, 이 책의 저자는 도련님과 기요가 모자관계일 가능성을 암시하였을 뿐 아니라 도코에서는 놀림거리이던 주인공이 지방의 학교에 부임해서 그곳 학생들로부터도 놀림거리가 되자 이를 참지 못한다는 부분에 대하여 도쿄라는 ‘간판’을 내세우면서 학생들을 몰아 부친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타교 학생들과 싸움이 붙었을 때 학생들을 보호하려 싸움판에 뛰어들고부터는 학생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점을 보면 적적한 평가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산시로>를 더 읽어볼 예정입니다. 앞으로 더할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