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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시작되었다. 여주인공이 대사를 발음하며 한층 품위 있게 움직였다. 그녀의 높은 젖가슴이 다듬어 놓은 대리석 같았다. 얼굴도 역시 대리석을 깎아 놓은 듯했다. 젊음 외에는 아무것도 표현하지 못했다. 눈, 코, 입 모두 다 있었다. 하지만 뭔가가 빠져 있었다. 그 어떤 분장으로도 그것만은 그려 낼 수 없을 터였다.- P132
이미 그 무엇도 수정이 불가능할 때는 다리에 매질을 해서는 안 된다. 다리에 매질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여행을 계속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가야 한다. 끝까지.- P133
‘쳇, 빌어먹을.‘ 그가 자리를 떴을 때 그녀는 생각했다. ‘정말 내가 사랑에라도 빠진 걸까? 아냐, 그것만은 사양하겠어. 하지만 바로 그것만이 부족했다. 부족 · 했다 · 그것 · 만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그녀에게 삶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부재했다. 공허했다.- P134
만일 인생이 사랑과 죽음과 절제로만 이뤄진다면 삶은 언제나 소박할 것이다. 비도덕적인 삶은 복잡하다.
그런 삶엔 죄악이 있고, 형벌이 있고, 황폐한 영혼이 존재하니까.- P137
레나는 옐리세예프에 대해서는 잊은 것 같았다. 그와 연관되었던 건 모두 틀림없지만 완전한 진실은 아니다. 그러니까 무서움과 죄책감에서 비롯된 거짓이다. 그가 그토록 "당신 날 사랑해? 정말 날 사랑해?"라고 끈질기게 물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는 죄책감을 진실로 감싸고 싶었으리라. 레나는 이러한 사실을 그녀의 감춰졌던 에로틱한 테마들과 마찬가지로 무의식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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