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바는 이제 물속에 있다. 에이바의 외침이 들린다. 비타는 에이바를 따라가겠다는 일념으로 파도와 정면으로 부딪치며 나아간다. 같은 유의 사람이 둘,이라고 모니카는 생각한다. 클레어는 저 아이의 앞날에 말썽이 있으리라는 걸 알고 있을까? 마이클 프랜시스는 파도가 딸을 집어삼켜버리기 전에 딸을 향해 돌진한다. 그는 공기 중에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발을 구르는 아이를 들어 올려 흔든다. 그러다 다시 모래 위에 올려놓자 아이는 웃는다. 아이의 화는 하늘 어딘가로 떠나간다. 모니카는 화가 저 하늘 너머로 산산이 흩어지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P372
아내가 밀어내진 않을까, 받아줄까. 또 궁금해진다. 왜 그렇게 오래, 그렇게 오랫동안 이렇게 서지 못했을까.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서 이렇게 서 있지 못하게 되었을까? 왜 항상 그러지 못할까?
클레어는 밀어내지 않는다. 그에게 팔을 두르기까지 한다. 그는 자신의 허리에 단단히 고정된 그녀의 양팔을 느끼며 눈을 감는다. 모든 게 완벽하다. 그는 마치 자신이 저 멀리서 이 장면을 돌아보고 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에게 질투를 느낀다.- P373
가까이 어딘가에서 부스럭대는 발걸음, 수많은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이 발맞춰 걷고 있다. 열쇠 또는 날붙이 같은 무언가에서 딸깍 소리가 난다. 여분으로 남겨진 부분처럼 여기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발견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그녀는 앞으로 움직인다.- P385
누구라도 그걸 알 수 있다. 얼마나 끔찍하고 슬프겠는가. 30년 동안 보지 못한 남동생 외에 아무도 없는 사람이 혼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면 말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있는데, 누군가의 인생이 이렇게 충격적일 만큼 고독할 수 있을까?- P388
런던의 도로 한가운데 파헤쳐진 구멍 중 하나 같았다. 파헤 쳐진 구멍들은 죄다 너무 충격적으로 보인다. 포장도로에 난 갈라진 틈, 돌 부스러기와 상처, 노출된 토양과 진흙이 도시의 표면과 너무 가까이 닿아 있다. 사람들은 그 구멍을 채워 넣고, 그것을 덮는다. 그러면 그 자리는 주변과 부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표면이 된다. 까맣게 채워진 아스팔트는 기존에 있던 모래투성이 도로와 대비돼 반짝이고 봉긋 솟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러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원래 있던 것들과 높이가 같아지고, 먼지투성이가 되고, 구분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누구도 더 이상 오래된 아스팔트와 새로운 아스팔트가 어디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거기에 적절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절대 알 수 없게 된다.- P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