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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에 불볕더위가 있다면, 바로 여기로 뻗어 나온 아일랜드 바다는 그걸 모른다. 바람이 바로 에이바의 머리카락과 옷에 침범해 그녀에게서 그 모든 걸 떼어내 가려 한다. 에이바는 고개를 숙여 그 힘에 맞서 머리를 들이밀고 난간에 꼭 들러붙는다. 페리의 녹슨 면이 보인다. 검은 철이 펄펄 끓는 것 같은 물속으로 흘러내린다. 배가 지나간 경로를 따라 거대한 거품이 말려 올라온다. 먼바다에 나오자 모든 게 단조롭고, 흔적이 없어지고, 그러다 파도에 사로잡혀버린다. 에이바는 지금 자신을 때리는 것이 바다의 물보라인지 비인지 알 수 없다. 에이바는 뭐든 좋으니 뭐라도 이 바람을 향해, 바다를 향해 소리 지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지만 목소리의 무력함만, 이 제우스와 같은 위력으로 충돌해오는 대자연에 맞서는 무기력함만 느낄 뿐이다.- P356
이런 일이 대체 어떻게 일어난 걸까? 그리고 알아채지 못하다니, 어떻게 그렇게 멍청할 수가 있을까? 에이바는 잠시 상상해본다. 이 안에 매달려 있는 존재, 수많은 것이 오가는 곳 위에 매달린 그 무성영화 배우가 시곗바늘을 꼭 쥐고 있는 모습, 하지만 할 수가 없다. 이걸 할 수 없고, 할 수 없다고, 이해할 수 없다. 게이브가 뭐라고 말할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냥 이걸 할 수 없다.- P361
클레어는 때때로 남편의 뒤통수를 보고 있다. 운전대를 잡은 양손을, 백미러 각도 때문에 간신히 보이는 그의 이마 부분을, 그가 자세를 고치면서 이동하는 무게가 느껴지는 운전석 뒷면을 본다. 그녀는 긴 결혼 생활의 기이한 이분법을, 그러니까 한 사람에게 어느 순간 비범할 만큼 익숙한 동시에 이상하리만치 낯선 느낌을 느끼고 있다. 그녀는 비타의 뜨겁고 꽉 찬 무게감을, 그녀의 허벅지를 누르는 그 조그맣고 동그란 뒤꿈치를 느끼고 있다. 고개를 돌리니 휴이가 즉시 경계하듯 올려다본다. 그 아이는 여전히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반응하고 세상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그녀가 설명해주고, 신호를 주고, 단서를 주기를 기대한다. 클레어가 최대한 안심시키는 미소를 지어 보이자, 휴이는 만족스럽게 짐 중 하나에 몸을 누인다.- P364
에이바의 눈이 번쩍 뜨인다. 어머니와 딸은 잠시 서로를 바라본다. 그레타는 잠깐 그 아기들의 존재감을 느낀다. 숨을 쉬어 본 적 없는 그 사람들, 다섯이었다. 결국 모두 그녀의 진짜 자녀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줄지어 선 종이인형처럼 언제나 그녀와 에이바 사이에 늘어서 있다. 그들 가까이에서 제비가 다시 급강하한다. 벌어진 목구멍이 붉다. 경고를 하는 것 같다.- P366
비타는 클레어의 무릎에 올라앉아 몸을 앞으로 기울여 고모를, 신기하게 토하는 이 사람을 뚫어지게 본다. 갑자기 어딘가에서 나타난 사람, 플라밍고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람. 비타는 에이바의 맨팔을 핥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비타는 저 까무잡잡하게 태운 피부를 맛보고 혀로 짧은 털을 느껴보고 싶다. 비타는 그게 꿀처럼 부드러울 거고 저 주근깨에서는 후추처럼 톡 쏘는 맛이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비타는 누가 저지하기도 전에 재빨리 몸을 뻗어 에이바의 팔, 팔꿈치 부분을 혀로 핥는다.- P370
모니카는 원피스 자락을 한쪽으로 모아 깔고 바위에 앉는다. 해변 모래 한 주먹을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낸다—조그만 생명체의 뼈처럼 연결된 매끄럽고 하얀 산호의 부서진 조각. 모니카는 그걸 만지면서 친숙함을 자아내는 깊은 심연의 종탑 종소리를 떠올린다. 어린 시절이 모두 지금 이 순간으로, 이 행동으로 스미는 것 같다. 손가락들이 모래 안으로 더 깊이 파고들 때마다 수영복과 아란 스웨터를 입고 해안가를 달리던 그 모든 날이 스민다. 마이클 프랜시스가 항상 앞에 있었고, 그의 분홍빛 발에는 모래알이 알알이 묻어 있었다. 외할머니의 당나귀 등에 탔던 모든 순간, 하늘에서 부드럽게 내리던 빗방울을 맞으며 터덜터덜 걷던 그 모든 순간, 비는 따뜻하고 깨끗했었다. 런던의 비와는 달랐다. 외삼촌과 어머니와 함께 이탄을 캐던 일, 내리찍던 삽의 무게감, 빨래한 시트를 배배 꼬아 물을 짜내던 일, 그들 다리 주변을 부리로 쪼아대던 암탉들.-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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