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uroo4님의 서재

딱딱한 빵 한 조각이라도 벌어보겠다고 잉글랜드로 가는 우편선에 절망한 사람들이 얼마나 가득했었는지.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겪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사람들이 그들의 이름을 부를 때, 사람들이 아이들 앞에서 그 듣기 싫은 농담을 할 때, 특정 이웃의 아이들이 자기 부모가 더러운 천주교인들과는 놀지 말라고 했다고 할 때. 하지만 그들은 당시 그 오래전에 잉글랜드에 사는 아일랜드인들이 어땠는지 어렴풋하게도 알지 못한다. 얼마나 미움받고, 조롱받고, 무시당했는지. 남자 형제들이 십대 때부터 어떻게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는지, 자매들이 런던 대저택에 시중들기 위해 어떻게 들어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는지. 버스에서 사람들이 아일랜드 말씨를 들으면 어떻게 침을 뱉었는지, 어떻게 카페에서 쫓아냈는지, 공원 벤치에 앉아 잠깐 휴식이라도 취하려고 하면 어떻게 몰아냈는지, 어떻게 유리문에 아일랜드인 금지 안내를 붙여놨는지. 그녀의 아이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 모른다.- P330
"그래서 그들은······ 이혼했나요?" 에이바가 물으며 마지막 단어를 아주 작게 발음한다. 그레타 앞에서는 항상 그렇게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그걸 입 밖에 내면 전염될 수 있는 무슨 치명적인 질병이기라도 한 단어처럼, 특히 본인의 딸에게 그 일이 있고 난 이후에.- P339
모니카는 뜨거워진 어머니를 자기 옆으로 당긴다. 슬픔을 억누르려 하지만 압도돼버린 게 느껴진다. 당장 피터의 작업실 뒤로 가버리고 싶다. 거기엔 하늘빛 아래 기다란 의자가 있다. 그 위에 누우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구름과 텅 빈 하늘과 흔들거리는 나무 꼭대기만 보인다. 지금 그곳에 있을 수 있다면 그 무엇이든 지불할 의사가 있다. 자신과 연관된 사람들로 가득한 이 무더운 방에 있는 대신.- P342
하지만 그레타는 이상하리만치 잠잠하다. 얼굴을 돌려버린다. 모니카는 그렇게 하향 곡선을 그리는 입, 살짝 내려간 눈꼬리를 안다. 그건 그녀의 어머니가 욕설을 들었을 때, 생각하지도 않았던 구매를 해버렸을 때, 무책임한 친척 중 한 명의 소재를 설명하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짓는 표정이다. 그건 어머니가 과거의 대화 또는 만남 또는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다시 말하고, 편집하고, 바꾸어 말하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짓는 표정이다.- P343
모니카는 접어서 머리 밑에 베고 있던 카디건을 정돈하고 그레타를 흘끗 쳐다본다. 마이클 프랜시스 집에서 벌어진 그 소란스러운 언쟁 이후로 그들은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모니카는 여전히 그 일로 마음이 소란하고 기분이 좋지 않다. 어머니와 말하지 않을 거다. 안 그럴 거다. 사과와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안 할 거다. 그녀의 위선, 거미줄처럼 친 그녀의 거짓말들. 모니카는 자신이 결혼 전에 조와 잤다는 사실을 어머니가 알아냈을 때를 떠올린다—그녀를 온갖 추악한 이름으로 부르고, 지옥에 떨어져 타버릴 거라고 말했었다. 당시 그녀는 어머니,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어머니가 남들보다 더 깊이 대죄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 너무 무섭고, 너무 미안했다. 바로 그런 점이 모니카의 마음을 불신으로 뒤틀리게 한다.- P352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