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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서 한 권의 책에 실린 에블린의 작품을 보는 것이, 그리고 그것을 오래된 방의 오래된 침대에 앉아서 보는 것이 기묘하게 위안이 된다. 에이바는 두 쪽에 걸쳐 펼쳐진 한 사진에 손을 얹는다. 얼굴 한쪽에 놀라운 크기의 모반이 있는 한 남자가 죽은 눈의 물고기를 들어 올리고, 찌그러진 차 위에 슬립 차림으로 앉아 있는 다른 한 여자 뒤로 철도 선로가 뻗어 있다. 에이바는 이 사진들에 손을 얹으며 자신이 여기에서 꼼짝 못 하고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다른 곳에 삶이 있다. 지금은 눈앞에 아무런 희망도 반짝임도 없이 이곳에 살지 않는다. 탈출했다.- P272
그의 얼굴이 한때 여동생의 침실이었던 곳에 깔린 낡은 러그를 누르고 있다. 그는 갑자기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통 아래의 바닥 널은 따뜻하고, 두 다리는 평화로이 따로 떨어져 놓여 있으며, 눈을 감은 채 천이 매듭지어진 재미있는 자리에 뺨을 대고 있다. 겨울에 모니카와 어머니가 이 러그를 만들지 않았었나? 천 조각들로 뒤덮인 부엌 테이블을 가로질러 손을 뻗는 어머니의 모습이 섬광처럼 떠올랐다가 이내 흐려지다 사라진다. 어쩌면 그런 일이 있었을지도,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P273
"혹시······" 그녀가 천장을 살피는 것처럼 머리를 뒤로 젖히며 말을 시작했다.
[…]
"······잘못된 직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항상이요, 그는 말하고 싶었다. 매일 매 순간 그래요. 저는 버클리에서, 윌리엄스에서, 뉴욕대에서 세미나를 하고 있었어야 해요. 프랑스 유스호스텔에서 술 취한 십대들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을 게 아니라.- P281
그는 개구리 위로 두 손을 덮었다. 손바닥 안에서 개구리가 뛰어올랐다. 사람의 몸에서 꺼내진 심장이 그렇게 뛸 것 같았다.
[…]
창문이 활짝 열렸고, 그는 밤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개구리를 놓아주기 전 그는 잠시 바깥의 낯섦과 이질감에 사로잡혔다—저 밖의 세상에는 빛이 없었지만 귀뚜라미와 새와 보이지 않는 생명체가 맥박처럼 박동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1주일, 1년을 이곳에서 보낸 것 같았다. 유스호스텔이라는 폐쇄된 환경에서, 눈부신 빛, 나무가 줄지어 선 벽, 거미가 많은 샤워실, 소리가 울리는 식당, 좁은 이층침대, 시끄러운 아이들과 함께. 하지만 이 공간, 이 벨벳 같은 어둠과 별이 박힌 하늘이 바로 여기 이 벽 너머에 있었고,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공기는 또 얼마나 부드러운지, 그 비밀스러운 소란이 얼마나 완벽히 매혹적인지.- P283
그는 좋은 남자였다. 본인도 그게 사실인 걸 알았다. 그는 여전히 그 모든 것, 그 모든 선함과 의무와 끈기 있음과 마음 씀씀이가 있는 사람이었다. 정반대의 어떤 행동에 착수하기 전까지는.- P285
그레타의 오래된 집착 중 하나였다. 그레타는 매주 무언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온통 조개껍데기로 만들어진 그림, 맨섬(isle of Man) 모양으로 생긴 재떨이, 코끼리 발자국 우산꽂이. 굉장해, 그레타는 자신이 산 물건을 두고 그렇게 말했다. 완전 싸게 샀어. 가게 주인들이 그레타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 어떻게 손을 비비며 준비 태세를 취했을까. 그녀의 어머니는 그들이 말하는 모든 걸 믿었고, 사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으며, 단 하나만 더 사면, 그 하나만 더 사면 자신의 삶을, 자신의 집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수 있다고 믿었다.-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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