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는 고양이의 어깨 쪽 털에 손을 얹었다. 척추를 따라 볼록볼록 솟은 구슬과 어깨뼈의 삼각형 모양이 느껴졌다. 항상 섬뜩하게 느껴지는데, 고양이의 뼈란 어찌나 약한지. 이 고양이는 단단하고 큰 생명체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안아보면 어찌나 새처럼 가냘프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지, 마치 여기 없는 것처럼. 또 어찌나 놀랍도록 따뜻한지.- P67
모니카는 고개를 숙였다. 고양이를 흔들어 생명을 되찾게 하고 싶었다. 발과 손톱을 펴 모니카의 소매를 잡아주기를 간절히 원했다. 누군가는 이런 죽음에는 어떤 여러 단계 사이에 분투, 싸움, 대결 같은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죽음은 언제나 그저 표류하는 것, 그냥 미끄러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끔찍할 뿐이다. 이토록 쉽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 생각하면.- P69
그레타가 항상 하는 말이었다. 어떤 것들은 그냥 놔두는 게 더 낫다고.- P73
모니카는 가방을 챙겨 일어났고, 피터는 그녀의 팔을 살짝 잡으며 그저 말했을 뿐이다. "이해해요." 딱 그렇게 말했다. 이해해요. 어찌나 멋진 말인지, 심연 같은 이해를 담은 말, 그녀의 눈을 깊이 바라보며 하던 말. 모니카는 즉시 그가 그 말을 왜 했는지는 잊어버렸고, 그 문장은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일반적인 하나의 문장이 됐다. 그는 이해한다. 모든 것을. 그녀의 모든 것을. 마치 위대하고 부드러운 담요가 감싸는 것 같았다. 그는 모니카의 눈을 들여다보며 이해한다고 말했다.- P77
모니카가 원했던 건 아기가 아니었다. 아이였다. 모니카는 담요에 꽁꽁 싸인 생명체에 열광하지 않았다. 두려웠다. 그 연약함, 계속되는 요구 사항, 너무 새것인 나머지 몸에서 여전히 물과 우유와 피가 연상되고, 출산에 따르는 그 모든 고통과 노력과 폭력성. 아니다. 그녀는 할 수 없었을 거다. 어머니가 에이바와 했던 것들을 해내지 못했을 거다.- P90
에이바는 붉은 전구를 톡 치고 빨랫줄에 끝이 매달린 기다란 필름 조각을 바라본다. 마치 맹수의 접근을 감지한 동물처럼 필름이 어지럽게 흔들리며 뒤집힌다. 필름 중 하나의 가장자리를 잡고 마른 걸 확인한 뒤, 위로 들어 빛에 비추어 본다. 조그만 유령들이 불꽃 안에서 화르륵 타오른다. 딱 벌린 하얀 주둥이들 끝에는 색이 없는 머리카락, 그들 뒤로 최후의 심판일 같은 검은 배경 하늘.- P127
기묘한 날씨는 기묘한 행동을 불러온다. 용광로 같은 더위 속 분젠 버너는 전자의 교환, 화합물의 분열 및 다른 물질의 결합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에 결국 불볕더위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위는 많은 걸 방치하게 하고, 사람들의 경계를 약화시킨다. 사람들은 일상적이지 않다기보다 부주의하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기질에서 벗어난다기보다 오히려 거기에 충실하게 행동한다.- P155
여우 한 마리가 주차된 트럭 뒤에서 나와 사뿐사뿐 나아가 다가 길러튼 로드 중간에서 잠시 멈춘다. 그러다 꼬리를 동글게 말아 세우고 정원 벽 너머로 사라진다. 이른 시간, 지하철이 돌로 포장된 길 아래에서 몸서리친다. 집을 이루는 벽돌에서, 창문 틀에서, 마룻널에서, 발라놓은 회반죽에서 반향이 느껴진다. 어딘가에 충격을 주며 떨리는 윙윙거림이 거리를 따라 이동해 테라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지나간다. 하지만 집들은 이런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고, 거주자들도 마찬가지다. 주방 선반에 늘어선 텀블러가 요동치고, 4번 집 벽난로 선반 위의 휴대용 회중시계가 들썩들썩한다. 길 건너편 집 침대 옆 테이블에 놓아둔 귀걸이는 바닥을 구른다. 거리에서 한참 아래에 있는 집의 한 여성은 침대에서 돌아눕는다. 아기가 잠에서 깨 일련의 막대로 이루어진 흉곽 모양 아기용 침대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다. 이게 뭐지, 다들 어디에 있지, 그러다 누군가 와달라고 울부짖는다. 지금 와주세요, 제발.- P157
상승하는 열기로 이미 무거워지기 시작했어도 이 시간대의 공기는 차분하다. 그레타는 둘 사이의 공기를 더듬어 나아가 여자의 팔에, 목에, 그리고 온몸에 가 닿는다. 에이바가 품 안에 있다. 셋째 아이, 항상 놀라움을 주는 존재, 막내 아기, 골칫거리. 둘 사이를 갈라놓던 그 모든 공간과 거리가 사라지고 무너져 내렸다. 이건 에이바고 에이바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러 가지가 놀랍지만 에이바의 키가 유독 놀랍다. 그레타는 줄곧 에이바가 자신과 비슷한 몸집이라고 생각해왔다—조그맣고 작은 체격, 다른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표현하길 원하든. 하지만 이제 에이바의 키는 그레타보다 족히 몇 인치는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P162
지난밤 늦은 시각, 클레어와 다퉜다. 일련의 끔찍한 다툼 중 하나, 알아채지 못했던 절벽에 다다른 것처럼 다가오는지도 몰랐던 끝이 예고도 없이 눈앞에 들이닥치는 다툼이었다. 깊은 바다에서 들려오는 울부짖음, 바위를 때리는 파도의 굉음이 들리는 다툼이었다.- P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