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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린이 말했다. "[…] 루씨 집안 사람들의 소망은 조용한 안식이었어. 시신이 흙과 하나가 되고, 집도 시간에 따라 자연적으로 풍화되기를 바랐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이 장원의 주인이 루씨였음을 사람들이 잊어버리기를, 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여기에 장원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아무도 모르기를, 그 속에 이토록 비참한 삶이 있었던 걸 모르기를 바랐어. 우리가 황무지에서 흔히 마주치는,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 허물어진 담벼락처럼 되기를 바란 거야."- P428
"알고 싶지 않아. 어머니가 이 집과 어떤 관련이 있었든 이제는 알고 싶지 않아. 어머니가 살면서 본능적으로 거부한 기억이야. 어머니는 이제 의식도 없으신데 내가 꼭 알아야 할까?"
룽중융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싼즈탕아, 산쯔탕.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귀신도 알지만, 그도 모르고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구나."
칭린이 말했다. "됐어. 나는 모든 의미란 결국 다 무의미하다, 라는 말이 생각난다."
하늘빛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태양이 뭇 산의 파도 속으로 가라 앉았다.- P429
류샤오촨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럴 거라 예상했네. 어떤 역사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드러나지 않으니까. 그리고 추측이란 무엇이든 그다지 믿을 수 없어. 그러니까 세상의 많은 일은 반드시 알아야 하지도 않아. 자네는 안다고 생각해도, 사실 자네가 아는 것은 본래 모습과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어."
"네. 이번에 다니면서 어떤 일은 하늘이 덮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간에 맡긴 채 시간에 의해 풍화되도록, 시간에······ 연매장되도록 둔다고요."- P430
사실 어떤 사람이든 죽을 때는 세상의 비밀을 어느 정도씩 가져가기 마련이다. 그런 비밀은 말하면 세상을 놀라게 할 수도 있지만 말하지 않으면 바람처럼 가벼워진다.- P434
아버지는 많이 알 필요가 없다고, 그냥 홀가분하게 살면 된다고 말했다. 칭린이 보기에 그건 당연히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깊은 밤 홀로 있을 때도 정말로 홀가분해질 수 있을까?- P436
칭린은 알기 싫은 일을 알려 하지 않는 것도 강함의 또다른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긴 시간이 진실의 모든 것을 연매장했다. 설령 안다고 해도, 그게 진실의 모든 것이라고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P437
룽중융이 말했다. "사실 자신을 규정하는 문제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인생에는 수많은 선택이 있잖아. 어떤 사람은 좋은 죽음을 선택하고 어떤 사람은 구차한 삶을 선택하지. 어떤 사람은 전부 기억하기를, 또 어떤 사람은 잊기를 선택해. 백 퍼센트 옳은 선택이란 없고, 그저 자신에게 맞는 선택만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네가 편안한 방식을 취하면 된다고."- P442
룽중융이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누군가는 망각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기록을 선택해. 우리는 각자의 선택에 따라 살아가면 되는 거야."-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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