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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직의 태도는 모른 체하고, 가족과 친척을 지원하는 데 필사적인 부모님에게 오랫동안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만은 나 자신에게 되돌아왔다. 아들과 손주들이 인질처럼 잡혀 있는 부모님이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다고. 아이를 낳아본 적 없는 나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내가 세운 책망의 가시에 자꾸만 스스로 찔렸다.
북송 사업에 대해 후회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공개되면 조직 인으로서 아버지가 비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다만 아버지도 이 정도는 말하게 해주고 싶었다.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하는 생각은 누구나 할 테니까.- P94
하루는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려는 간호사에게 아버지가 폭언을 했다. 아프다고, 그만하라고 소리치는 아버지를 괜찮다며 무시했던 간호사였지만, 나는 바로 그에게 사과하고 도리어 아버지에 게 화를 냈다.
"아버지, 모두 아버지를 위해서 열심히 하는데, 아버지 건강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인데 뭐라는 거예요!" 내가 세게 나가자 아버지는 분노에 가득 찬 표정으로 외쳤다.
"나를 위해서라니! 모두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야! 나를 위해서라고 하지 마라!" 아버지의 말이 끝나자 병실은 침묵에 휩싸였다. 간호사들은 조용히 병실을 빠져나갔다. 분노가 에너지로 바뀌었는지 진지한 표정의 아버지는 멀쩡해 보였다.
"아버지가 옳네. 그래, 모두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야." 나는 아버지에게 사과했다.
"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버지가 말했다.-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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