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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oo4님의 서재

"하밀 할아버지, 왜 대답을 안 해주세요?"
"넌 아직 어려. 어릴 때는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게 더 나은 일들이 많이 있는 법이란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P12
나는 개 가게에 들어가서 푸들을 한번 만져봐도 되냐고 물었다. 여주인은 내게 개를 넘겨주었다. 나는 개를 받아서 쓰다 듬다가 냅다 도망쳐버렸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뛰어 달아나는 것이다. 그걸 못 하면 살아가는 데 지장이 많으니까.- P25
로자 아줌마는 자신이 경찰서장을 잘 아는데, 그 사람도 창녀의 자식이기 때문에 사정을 잘 봐준다는 것. 그리고 아주 감쪽같이 위조서류를 만들어주는 유태인을 한 사람 알고 있다는 말 등으로 그녀들을 위로했다. 난 한 번도 그 유태인을 본 적이 없다. 로자 아줌마는 그 유태인을 함부로 소개해주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독일의 유태인 거주구역에서 알게 된 사이인데,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후에 다시는 체포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 유태인은 프랑스인 거주구역 어딘가에서 미친 듯이 위조서류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로자 아줌마가 그렇고 그런 여자가 아니라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증명하는 서류를 지니게 된 것도 다 그 사람 덕택이었다. 그녀는 그것만 가지고 있으면 이스라엘 사람들조차도 자기에게 불리한 증거를 전혀 찾아내지 못할 거라고 했다. 물론, 죽기 전까지 백 퍼센트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었다. 인생에는 원래 두려움이 붙어다니게 마련이니까.-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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