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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어나 바닥 위에 간신히 서서 옷을 입었다. 더 이상 중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이 새로운 세계의 법칙들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경계심을 가지고 몸을 움직였다. 어떤 부주의한 행동으로 놀라운 영향을 불러일으킬지 몰라 두려워하면서. 그냥 생각하고 사물을 그저 받아들이는 것조차도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밤새 그에게 생각을 물질화하는 능력이 갑자기 생기기라도 한 것일까? 그렇게 추정할 근거가 있다. 예를 들면, 우선 단추들이 저절로 채워졌다. 또한, 예를 들면, 머리카락을 깨끗이 하기 위해 빗을 적셔야 했을 때 갑자기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돌아보았다. 햇살 아래 벽에서 렐랴의 옷들이 한 아름으로 몽골피에 Montgolfier 형제의 열기구 색깔로 불타고 있었다.- P27
자갈들이 버석거리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내 눈길 밑으로 타이어가 달려 나간다. 쪽문이, 구부러진 지팡이처럼, 내 어깨 밑으로 파고들 기회를 노리고, 녹이 잔뜩 슬어서 부풀어 보이는 어떤 나사못이 길 위에 누워 있다. 그렇게 여행이 시작된다!- P42
눈에 작은 파리가 들어갔다. 오, 어째서 이런 일이? 내가 달리는 곳은 이렇게 넓은데, 내가 얼마나 빨리 달리는데, 꼭 그래야 하는지···. 그리고 전혀 일치점이 없는 두 종류의 운동(나의 움직임과 벌레의 움직임)이 이렇게나 작은 내 눈 속에서 충돌했어야만 하는가 말이다!
시야가 쓰라려온다. 얼마나 심하게 눈을 찡그렸던지 눈썹이 뺨에 닿을 지경이다. 핸들을 놓아서는 안 된다. 눈꺼풀을 쳐들려고 애를 쓰지만 눈꺼풀은 경련을 일으킬 뿐이다···. 나는 브레이크를 잡고 자전거에서 내린다. 자전거가 누워 있고 페달은 여전히 돌아간다. 나는 손가락으로 눈을 벌린다. 눈알이 밑으로 돌아간다. 나는 붉은 눈꺼풀 안쪽을 본다.
눈 속에 들어간 벌레는 왜 즉시 죽어버리는 걸까? 내가 독액이라도 분비한단 말인가?- P42
새로운 줄타기 곡예사가 옛것을 패러디한다.
그리 오래되기 전에 우리는 나이아가라의 줄타기 곡예사들도 보았다. 그것은 과거로의 회귀였고 변절이었다. 이 곡예단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공연했는데, 헬멧을 쓰고 로마식 장비를 갖추고는 자전거를 타고 와이어 줄 위로 다니는 장갑 보병들이었다. 폭죽이 터지는가 하면 일제 사격도 이루어졌다. 특수효과가 강렬했다. 그러나 흔들거리는 와이어 줄과 함께 공중으로 뛰어오를 줄 아는, 해진 바지를 입은 소박한 사람의 공연을 보면, 때로는 이 사람이 이미 살아 있는 어떤 존재가 아니라 그림자일 뿐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외관상 수수한 이 공연이 가장 드높은 장인의 경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P54
코즐렌코프가 갑자기 일어섰다. 그는 꿈을 떠올렸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의자가 뒤로 물러났다. 회계책의 페이지들이 곤두섰다.
그는 옆 사무실로 가는 문을 열고 문턱을 넘어섰다. 바로 그 때 모든 고개들이 숙여졌다. 그는 창문들이 열려 있고 창문 너머에 초록이 우거지고 나뭇가지들이 드리운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창문들이 움직였다. 어떤 힘이, 어떤 기운이 창문에 날아들어 창 문짝을 사방으로 흔들어놓았다.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며 설렁거렸다. 책상에서부터 회오리를 일으키며 서류들이 날아올랐다. 그의 등 뒤에서 쾅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맞은편 문은 저절로 열렸다.
그리고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을 보았다. 모든 고개들이 푹 숙여지더니 얼굴이 책상에 가닿는 것이었다. 물론 맞바람 때문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도 그를 향해 시선을 들지 못하는 것도 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 의미를 얼마든지 좋을 대로 평가할 수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모두들 내 앞에서 고개를 푹 수그렸어. 난 걸어간다. 난 천사를 보았어. 나는 예언자야. 나는 기적을 행해야 돼.‘-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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