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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y님의 서재
  • 계절 쓰기
  • 김연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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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7-10
  • : 7,520

소설가 헨리 제임스의 형인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에 따르면, 흔히 생각하듯이 우리가 어떤 사실을 정신적으로 지각하면 그것에서 감정이 생기고 육체적 표현이 뒤따르는 게 아니라고 한다. 이를테면 나쁜 일을 당하면 슬퍼서 울고 곰을 만나면 무서워서 도망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울기 때문에 슬픔을 느낀다. 몸을 덜덜 떨고 도망치기 때문에 무서워진다. 신체 표현이 없다면 지각은흐릿하고 색도 없고 감정적 온기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낡고 얇아진 수건을 싹 다 버리고다시 구비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도 하다. 산뜻한 느낌은 잠깐일 뿐이니까. 가을이라서 한 일은아니지만, 가을에 하기에 어울리는 일이긴 하다. 옛날에도 가을걷이를 갈무리하고 난 다음에는 낡은 데를 깁고 헌데를 메우며 겨울에 대비했으리라. 다음 세대에게는 내가과거일 테고 그들이 나에게는 미래일 테니, 가을이 내리고겨울이 닥친다고 해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삶은 이어질 테니, 이 낡은 삶과 세상을 조금이라도 수선해서 물려줄 수도 있겠지. 낡은 빨래통으로도 빨래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어쩌면 가슴이 덜컹거리는 이 느낌은 불안일 수도 있지만 설렘일 수도 있다. 
가을이 오는 걸 느낄 때도 그랬다.
감정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기대되기도 했다.
앞에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는 건 불안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무엇이 다가온다는 건 짜릿하고 신나는 일이다. 길모퉁이를 돌면 뭐가 있는지 훤히 안다면 무슨 재미로 골목길을 돌아다니겠나. 앞날에 대한 설렘이 우리가계절을, 한 해를 살아가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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