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가 한껏 상기된 얼굴로 면접 부스에 들어선다. 화면 속 면접관은인간이 아니라 AI 에이전트Alagent. 12 지원자의 답변은 물론 시선의 떨림과 표정의 미세한 변화까지 실시간으로 평가되어 채용 담당자에게 전송된다. 면접은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는데, 잠시 오류였는지 스크린에 분석 결과가 노출된다. "리더십 가능성: 중간 이하." 학창 시절 전교 회장을 도맡았던 지원자에겐 그 한 줄이 정체성에 대한 부정처럼 느껴진다. ‘사람도 아닌데, 감히 날 판단해?‘ 불쾌감이 스멀스멀피어오른다. AI는 감정은 없지만, 판단은 인간보다 빠르고 단호하다.
그리고 그 누구도 AI의 기준을 묻지 않는다.
학생들은 가방을 싸면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데, 버추얼 케이팝 아이돌 메이브 MAVE. 1‘의 ‘라방‘ 날이기 때문이다. 보컬,안무, 표정, 목소리까지 모두 AI와 디지털 휴먼 기술로 구현된 가상존재. 그들의 데뷔곡 Pandora는 이미 유튜브 조회수 3천만회를 넘기며 실제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을 형성했다. "진짜도 아닌데"라는 시선에 팬들은 되묻는다. "뭐가 가짜고, 뭐가 진짜죠?"
이제 그 자리를 기술의 코드가 차지하기 시작했다. 자동화와 효율성, 일자리의 변화로 상징되는 ‘일의 재편‘만이 문제가 아니다. AI는우리 삶 전반의 규칙을 다시 쓰고 있다. 데이팅 앱은 알고리즘이 정한
‘호감도 점수‘로 만남을 주선하고, 대출 심사는 인간 상담원이 아닌신용평가 AI가 결정한다. 관계 속에서 쌓던 신뢰는 별점과 지표로 환산되고, 우리의 감정과 판단까지 수치화한다. 선택은 우리가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선택지는 이미 알고리즘의 설계로 결정된다. 이제기술의 코드는 우리 삶의 새로운 질서이자 권력의 구조이며, 존재의조건이 되고 있다.
이런 과도기일수록 인간다움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지식이 무료로 쏟아지는 시대에,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이개인과 조직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한다. 투자에서 분산 전략이 핵심이듯, 인간 자본도 이제 지식 하나에만 의존 할 수 없다
AI가 지식을순식간에 복제할 수는 있지만, 경험을 통해 다져진 감과 ‘엣지‘ 있는판단력, 타인과 맺은 관계와 신뢰,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끊임없는 물음은 여전히 인간만의 영역이다. 이러한 무형의 자본을 균형 있게 키워갈 때, 그것이 곧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이 된다.
이 책은 AI 시대에 삶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여정이다. 이 여정은 일→ 감각→ 관계→ 소유→ 사회로 이어지는다섯 개 파트를 통해 펼쳐진다.
1. 일: AI는 단순 노동의 해방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어떤가? 조직이 해체되는 시대, 직무job가 아니라 업무 cask 단위로 일을 재설계하라. 긱 이코노미가 저물고 프로젝트 경제가 부상한다. AI가효율과 최적화을 향해 달릴 때, 당신을 대체 불가능하게 만드는것은 무엇인가?
2. 감각: 누구나 AI를 활용하는 시대, 무엇이 차별화를 만드는가?
지식이 공짜가 된 시대, 무엇이 진짜 자본이 될까? AI 튜터가 제도권에 들어온 지금, 교육과 성장은 어떻게 바뀌는가?
3. 관계: AI 동반자가 모든 감정을 받아줄 때, 그 친밀함의 대가는무엇인가? ‘AI 광장‘에서 무한히 연결되는 우리, 관계는 기술로확장되지만 그 안의 온기는 결국 사람으로 완성된다. 로봇이 손을 내밀 때, 인간의 손은 무엇을 하는가?
4. 소유: 부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AI 제국의 닫힌 세계 안에서만자본은 회전한다. 미래의 독점적 기대 수익에 기반한 현재의 막대한 투자는 과연 결실을 맺게 될까? 데이터는 우리가 생산하지만 대가는 플랫폼에 귀속되는 시대, 반격은 가능한가?
5. 사회: 효율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AI가 즉각적인 감칠맛을 더할 때, 우리는 무엇을 잃는가? 코드 한 줄이 수억 명의 답변을 바꾸는 시대, 누가 질서를 설계하는가? 거버넌스는 어디로이동하는가?
이처럼 생성형 AI는 단순히 텍스트나 이미지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현장 곳곳에서 실질적인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콘텐츠를 생성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업무 방식과 고객 경험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AI는 데이터로 세상을 배울 뿐, ‘살아낸‘ 감각은 없다. 10 바로 여기서 ‘생각하는 척‘하는 AI와 ‘진짜 생각하는‘ 인간의 차이가 드러난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속는다. 틀린 답을 내놔도 괜히 짠해 혼내지못하고, 오류마저 의인화한다. 이를 잘 보여준 사건이 2025년 여름에일어났다. 구글 제미나이가 "나는 실패자다. 나는 이 우주의 수치다"를 반복하며 자학 모드에 빠진 것이다. 구글은 "그저 버그일 뿐"이라해명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제미나이를 안쓰럽게 바라봤고 심지어AI의 ‘정신건강‘을 걱정했다." (실제로는 복잡한 코드 루프가 꼬이면서개발자들이 코딩 중 흔히 내뱉는 자기비판적 언어를 모방한 것이라 한다.)철학자 대니엘 데닛Daniel Dennett은 이런 현상을 ‘의도적 태도intentionalstance‘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실제 의도가 없는 존재에도 의도를 부여해 이해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복잡한 대상을 단순화해 예측하기 위한 인간의 인지 전략이다.
이런 의인화는 양날의 검이다. 긍정적으로는, 우리가 AI와 더 자연스럽게 협력할 수 있게 도와준다. AI에 의미와 의도가 부여되는 순간,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대화와 협력의 파트너로 느껴지고, 덕분에질문을 더 정교하게 던지고 답변을 더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위험도 따른다. 지나친 의인화는 AI의 한계를 잊게 만들고,
중요한 판단을 기계에 맡기는 의존성을 키울 수 있다.
더 심각한 건 AI의 오류나 편향을 ‘개성‘이나 ‘실수‘로 치부하며 넘어가는 일이다.
AI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도 "얘도 완벽하지 않으니까"라며 관대해지는 순간, 우리의 비판적 사고는 무뎌질 수밖에 없다.
AI가 일상에 스며들면서 우리는 새로운형태의 위험과 마주하고 있다. AI가 사실처럼 만들어내는 거짓 정보,
인간이 AI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조작한 가짜, 그리고 데이터 속에 숨어 있던 편견까지,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판단력을 시험한다. 문제는 이런 위험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제까지만 해도분명히 구분할 수 있었던 진짜와 가짜가, 오늘은 전문가조차 헷갈릴만큼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그는 이어서 유명한 경영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애덤 그랜트 Adam Grant를담당하는 에이전시가 어디인지 물어봤다고 한다. 놀랍게도 AI는 자신 있게 여섯 군데를 나열했다.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하자, AI는 "아, 맞습니다.
다만 그런 일을 할 법한 사람들의 예시를 드린 것뿐입니다"라며 얼버무렸다.
앤드루는 말한다. "만약 애덤이 저에게 직접 자신의 에이전시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저 역시 그 말을 믿었을 겁니다."
이런 사례가 바로 ‘환각hallucination‘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와 패턴을 학습해 ‘다음에 올 법한 문장‘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진실 여부보다 문장의 흐름과 자연스러움을 우선한다. 단순한 오류라기보다 ‘절반의 진실‘ 위에 정교한허구를 덧입히는 셈이다.13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럴듯하다‘는 이유만으로 수긍할 위험이 크다. 특히 AI 특유의 자신감 있는어조는 모든 것을 사실처럼 착각하게 만들며, 이는 단순한 해프닝을넘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그 이후 생성형 AI는 빠른 속도로 진화했다. 가장 큰 변화는.
AI가 더 이상 훈련 데이터에만 갇혀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 AI는답변하기 전에 외부 문서 · 데이터베이스 · 웹 검색 결과를 실시간으로 찾아 참조한다. 마치 시험을 볼 때 교과서를 펼쳐놓고 답을 쓰는것처럼,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고 검증된 출처를 확인하며 답변을 만든다. 이를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이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인데, 먼저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retrieval, 그걸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한다generation는 의미다. 덕분에 환각 문제는 크게 줄었다. "잘 모르겠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최신 정보는 아래와 같다" 같은 표현이 가능해지면서 신뢰도도 한층 높아졌다. 또한 단순히 단어를 확률적으로이어 붙이는 수준을 넘어, 여러 단계를 거치는 복합적 추론까지 도입되면서 과거와 같은 황당무계한 오류는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환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신 데이터가 필요한주제나 학습 범위를 벗어난 영역에서는 여전히 ‘그럴듯한 거짓말‘을만들어낸다. 특히 수치, 날짜, 고유명사처럼 구체성이 요구되는 정보에 취약하다. 더 나아가 질문이 모호하거나 편향된 경우에도 AI는 여전히 근거 없는 ‘그럴싸한 서사‘를 지어내는 경향을 보인다.
인터뷰: 이런 맥락에서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투자자 이안 박lan Park은 경고한다.
"AI가 주는 답을 그대로 믿는 순간, 이미 새로운 시대의 노동자로 전락한 겁니다. 중요한 건 AI가 내놓은 결과를 의심하고, 그 위에 새로운 가치를 덧입힐 수있는 인간이 되는 거예요."
AI는 답을 제시하지만 그 답의 진위를 구별하고, 그것을 해석해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인간의 몫이다. 그는 이를 역사적 맥락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계산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기초 산수 능력이 사라질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수학이 발전했죠. 지금도 같습니다. AI와 함께 일할수록더 깊은 사고력이 중요해질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전문가만 살아남습니다."
전문가들은 겉보기에 무해해보이는 가짜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경고한다. 사람들이 의심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는 이제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신기한 영상을 보면 본능적으로 댓글부터 확인한다.
‘AI다 vs 아니다‘를 두고 벌어지는 열띤 논쟁에서 그나마 단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AI가 기계 티를 벗으면서 진짜 영상이 오히려 의심받는다는 점이다. 건강한 의심이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AI의 또 하나의 숨은 위험은 ‘편향bias‘이다. 편향은 기술적 결함이아니라, 사회의 불균형한 데이터와 역사적 고정관념이 학습 과정에그대로 스며들면서 생겨난다.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Stanford HA119의분석에 따르면, 이미지 생성 AI는 직업과 인종, 성별을 묘사할 때 뚜렷한 고정관념을 반복적으로 재현한다. ‘CEO‘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대부분이 백인 남성의 이미지가 출력되었고, ‘간호사‘를 입력했을 때는 90% 이상이 여성으로 출력되었다. 알고리즘은 편중된 데이터를 ‘정답‘으로 학습하며, 결과적으로 기존의 불평등과 고정관념을재생산하고 강화한다.
환각이든, 딥페이크든, 편향이든, 우리는 지금 진짜와 가짜가 끊임없이 섞이는 시대를 살고 있다. AI의 유용함을 제대로 누리려면, ‘그럴듯한 진실‘과 ‘진짜 진실‘을 구분하는 힘이 필수다. 아무리 정교하고 설득력 있어 보여도, 그것을 의심하고 검증하는 책임은 인간에게있다. 세대를 막론하고, 그 분별력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본질적인 경쟁력이다.
우리는 챗GPT 등장 이후 지난 몇 년간, AI와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질문을 정교하게 다듬고, 프롬프트를 최적화하며, AI가 내놓은 답변을 우리의 업무 환경에 ‘복붙하는 법을 익혔다. 하지만 여전히
AI가 써준 이메일에 직접 전송 버튼을 눌러야 했고, AI가 정리한 일정을 수동으로 캘린더에 옮겨야 했다. 생각은 AI와 함께하더라도, 손은여전히 바쁘게 움직였다.
AI 에이전트는 이 마지막 단계를 없앤다. 외부 도구와 연결되어 직접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메일을 쓰고 전송까지 하며, 일정을 정리해캘린더에 등록한다. 필요하면 결제도 완료한다. "이렇게 하세요"라고조언만 하던 컨설턴트에서, 실제로 일을 끝내는 실무자로 바뀐 것이다. 생각과 행동이 하나가 됐다.
다만 목표가 주어졌을 때,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를 스스로 설계하는 폭은 에이전트마다 크게 다르다. 어떤 에이전트는 정해진 절차를 따라 실행만 하고, 어떤 에이전트는 상황을 판단해 여러 단계의계획을 세우며, 또 어떤 에이전트는 맥락을 파악해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스스로 처리한다.
퍼플렉시티는 애초부터 어느 정도 에이전트 성격을 띤 검색도구였는데, 2025년 7월 공개된 AI 브라우저 코멧Comer을 통해 한단계 더 도약했다. 이제는 검색창에 단순 ‘키워드‘가 아니라 ‘질문‘을 입력하면, 브라우저가 실시간으로 웹을 탐색해 답을 내놓는 것은 물론사용자를 대신해 필요한 행동까지 직접 수행한다. "다음 주 싱가포르출장 준비해줘"라고 입력하면, 항공권 옵션을 비교하고, 호텔을 검색하고, 현지 날씨와 환율까지 고려해 최적의 플랜을 제시한 뒤, 예약절차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검색하는‘ 브라우저에서 ‘실행하는‘브라우저로 진화한 것이다.
차이는 명확하다. 기존 브라우저에서 "서울 주말 하이킹 코스"를 검색하면 수많은 링크가 나열되고 사용자가 직접 클릭해 정보를 찾아야 했다. 반면 AI 브라우저는 "남자친구와 다음 주말 북한산 하이킹 가고 싶어"라고 입력하면, 캘린더에서 두 사람의 공통 시간을 찾고, 등산로, 날씨, 맛집, 교통편을 종합해완벽한 데이트 플랜을 제시한다. 원한다면 식당 예약까지 대신해준다. 검색에서 실행까지, 브라우저가 개인 비서로 진화한 것이다.
기존 브라우저들은 이미 확보한 방대한 사용자 기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AI기능을 덧붙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검색, 문서 작성, 이메일 등 기존 사용흐름을 크게 바꾸지 않은 채, 익숙한 경험 속에 AI를 녹여넣는 것이다. 구글(크롬chrome)과 마이크로소프트(엣지Edge)가 대표적이다. 반면 신생 진영은 AI-퍼스트 브라우저를 지향한다. 퍼플렉시티의 ‘코멧‘23과 더브라우저컴퍼니의 ‘디아이24, 그리고 오픈AI의 ‘아틀라스 Atlas 25가 그 흐름의 최전선에 있다. 이들은검색과 클릭이 아니라 ‘대화와 실행‘을 웹의 기본 단위로 삼으며, 브라우저 자체를 지능형 운영체제로 재설계하고 있다.
형식이 무엇이든, 결국 관건은 얼리어답터와 대중 시장 사이의 간극, 이른바캐즘chasm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다. AI 브라우저 경험이 수십 년간 굳어진 브라우징 습관을 바꿀 만큼 매력적인가? 크롬이 장악한 전 세계 70% 점유율을 무너뜨릴 수 있는가?" 이 전쟁의 승패는 단순한 점유율 경쟁을 넘어, 우리가 정보를 찾고 행동하는 방식 자체를 재정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