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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는 약자의 손을 잡아줄까?
  • 손은혜
  • 13,500원 (10%750)
  • 2016-12-16
  • : 42

우리 사회에서 '정의'에 대한 논의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마이크 센델의 <정의는 무엇인가?>가 나왔을 때 베스트셀러가 됬었고 지금도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보면 정의는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되는 요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정의가 과연 무엇인가? 

 정의에 대한 아이러니한 점, 보이지 않는 뒷면은 바로 강한자에게만 정의가 통용된다는 인식이다. 정의의 여신인 '마아트(Matt)'의 석상을 보면 두 눈이 안대로 가려져 있고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이는 즉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대하겠다는 의지이다. 그러나 '약자'에게도 과연 이 보지 않음의 정의가 적용될 수 있을까. 정의가 누구나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법이라고 한다면 법은 과연 공평한가. 애초에 공평한 것이 가능할까. 사회에서 공평하다는 말은 이미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정의는 약자의 손을 잡아줄까?>라는 책의 저자는 KBS 취재파일의 기자이다. 그녀는 '약자'들의 삶을 직접 보고 듣고 하여 겉으로 보기엔 알 수 없는 현장감을 느끼며 방송을 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몇 십분 동안 그들의 삶을 보여주며 끝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취재 내용과 취재 이후 그리고 약자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책으로 전한다. 공평이 사라진 시대, 법이 효력을 잃어버린 시대, 정의가 보이지 않는 시대에서 약자라고 일컫는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갑과 을의 현실, 내집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사람들, 대상화되는 여성들의 삶, 꿈을 잃어버린 청년들 그리고 더이상 존중되지 못하는 노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들이 담겨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모든 책이 그렇지만 나는 또 하나의 프레임을 갖게 되었다. 집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빌라에 붙여놓은 분양 현수막이 낯설었고 내가 마주하는 가게의 노동자들의 거친 손이 낯설었고 허리를 숙인 채 세상의 짐을 짊어진 노인들의 걸음걸이가 낯설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내가 있는 위치가 어딘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되었다. 낯설게 보기.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낯설게 보기 시작하니 내가 외면했던 사실들이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하는 것은 괴롭다. 그래서 회피하고 싶고 모른 척 고개를 돌리고 싶다. 내가 사는 것도 힘든 데 맛있는 것을 먹으며 좋은 것을 보며 힐링하기도 바쁜데, 법과 정의마저 외면한 삶을 보고싶지는 않다. 그러나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내가 사는 사회가 먼저 살아야 한다. 나 역시 언제든 약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약자들의 삶을 알리고 질문하며 논의하는 작업은 계속되어야 한다. 결국 약자의 손을 잡아주는 것은 사람뿐이다. 함께 살고 있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외면한다면 법과 정의는 이루어질 수 없다. 법과 정의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눈을 가리지 않은 채 그들의 삶을 보고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먼저다. 불편하면서도 이와 같은 책이 계속해서 나와야 하고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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